보고 싶습니다. 보고 싶지 않기도 하고요.
통증이 얼굴에 덕지덕지 묻어 있습니다. 모든 것이 지긋지긋해져서 어두운 낯빛을 차라리 보여주고 싶지 않기도 합니다.
요즘 오래 헤어졌었던 친구들과 다시 연락하거나 만나게 됩니다. 인간관계의 확장이 버거워 새로운 인연을 만들지 않는 나의 인생에, 다시 나타난 친구들의 존재는 퍽 낯설고도 이상합니다.
내가 가진 에너지가 100이라 하면, 주위에 사람이 조금이라도 늘어나면 그 에너지를 쪼개야 하니 그것이 싫었습니다. 행여나 가족이나 당신이 섭섭한 일이 생길까, 다른 이들에게 진심이 아닌 마음을 툭 던지게 될까 봐 조심스러웠습니다.
참 신기했습니다. 책에 관한 소식을 어찌어찌 알고, 몇 년 만에 친했던 이를 만나기도 하고. 정남이의 지인분들이 나의 페이지를 찾아와 책을 구매해 주시고, 응원메시지를 남겨주시기도 했습니다. 연락을 거의 잘하지 않던 친구조차도 책을 응원해 주었습니다. 나를 멋지다고 추켜세웁니다.
생각해 보니 뚱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과분한 관심과 응원을 받고 있습니다.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
진통제를 또 먹었습니다. 어질어질하고 구역질이 나고 졸렸지만 잠들지는 않았습니다. 뜨거운 물속에 나를 차곡차곡 눕혀놓았습니다. 통증이 녹아내리기를 바라며 한참을 누워있었습니다. 살갗을 문질렀더니 통증이 불어서 때처럼 밀렸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문지르고, 마른 얼굴에 크림 같은 팩을 듬뿍 떠서 처덕 쳐덕 발라두었다가 따스한 물로 씻어냈습니다.
거울을 보니 지긋지긋한 우울이 씻겨나가고, 반짝거리는 내일의 얼굴이 남았습니다.
어여쁩니다. 정말로 어여쁩니다. 갑자기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이 어여쁜 얼굴을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어 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