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공복의 이정연은 점심 메뉴에 몰두해 있다. 맙소사. 이게 정말 다이어트를 하는 자의 자세란 말인가?? 지금까지는 간헐적 운동을 했는데, 어제는 정말 굳은 마음으로 실내 자전거를 쉬지 않고 40분 탔다. 원래는 15~20분씩 끊어서 타곤 하는데 어제는 정말 쉬지 않고 탔다. 그러니 괜찮은 시작임에 분명하다.
오늘 아침 니들링을 해준 나래 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건체중과 컨디션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코로나 이전에는 다들 말랐다고 할 정도의 체중이었다. 그리고 그때는 투석이 끝나면 룰루랄라, 가벼운 몸으로 달려서 집에 가곤 했다. 코로나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체중이 꾸준히 늘었다. 늘어나는 체중에 비례해 컨디션은 떨어졌다.
그런 이야기를 하니, 나래쌤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렇게 날씬하셨었단 말이에요?" 하시는데 아주 살짝 상처받았다. 이곳에 와서는 아주 수분이 꽉 찬 모습만 보셨으니 믿기지 않으실 만도 하다. 사람마다 최적의 체중이 있는데, 아마 전의 체중이 정연님에게 딱 맞는 것이었나 보다 하며 나래 쌤이 응원을 해주셨다. 웃으며 함께 파이팅을 외쳤다.
돌아오는 길 이런저런 점심 메뉴들을 생각하다가, 최애 참치 김밥을 포장해서 귀가하기로 한다. 자꾸 살찔만한 것들을 이것저것 주워먹는 것보다 김밥 한 줄이 나을지도 모른다 싶어서 돌아오는 전철 속에서 포장 주문을 했다. 역에서 내려와, 건널목을 두 번 건너면 김밥집이 있다. 조금이라도 더 걸으니 몸에 도움이 되리라는 계산도 있다. 포장 주문을 하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너무 빠르게 김밥을 찾으러 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지만 씩씩하게 걸었다. 건널목 둘 중 하나에는 신호등이 없어서 썡하니 달리기도 한번 했다. 두 번째 건널목을 건너자마자 김밥집 문을 밀고 들어갔더니, 주방 가까운 테이블에 단무지와 젓가락이 든 봉투가 보인다. 그리고 때마침 주방에서 포장된 김밥 상자가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헤헤. 오차가 없는 이런 순간 기분이 좋다.
기분 좋게 김밥집을 나왔다. 여기까지 올 때는 'ㅣ'자로 길을 건넜는데, 이젠 역 앞 정류장으로 갈 거라서 'ㄴ'자로 길을 건넌다.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에서 택시기사님이 먼저 건너라고 차를 세워주셔서 인사를 꾸벅하고 건넜다. 'ㄴ'의 건널목을 차례로 건너고 버스 앱을 보니, 아직 버스가 오기까지 10분이 남았다. 버스 정류장 바로 전에 있는 파란 카페에 들러, 화이트 비엔나를 한잔 포장했다. 오늘은 왠지 달콤한 커피 한 잔을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다.
다디단 화이트 비엔나를 빨대로 빨면서 스무 걸음 떨어진 정류장까지 걷는다. 달콤한 것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 위장에까지 도달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귀가하면 휴식할 여유 같은 것이 없다. 지난주에 손보았던 원고를, 마지막으로 또 수정해야 한다.
기분 좋게 버스를 타고 집 앞에 내렸다. 엘리베이터에 타면서 벽면 거울에 비친 나와 인사를 한다. 귀밑머리가 삐져나오고 머리가 꽤나 헝클어졌다. 그러나 오늘따라 소녀의 얼굴처럼 말갛다. 삐져나온 귀밑머리마저도 사랑스럽다.
달콤한 커피 한 잔의 행복, 고소한 참치 김밥 한 줄의 응원. 스스로를 위한 작은 격려로 오늘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 마지막 원고 수정을 거치고 책 날개에 들어갈 글들을 써서 출판사에 보내고 나면, 다음 주부터 책 인쇄가 시작된다.
행복은 거창하지 않다. 행복은 먼 미래에 있지 않다. 행복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있으며, 소박하다.
오늘 하루치의 행복을 계속 누리며 열심히 일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