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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편지

by 이정연



새벽 여섯 시 반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오늘 날씨를 확인하니 영하 5도네요. 곧 봄이 와도 시원찮을 때에, 정말이지 이곳의 기온은 여전합니다. 나는 어제도 추웠던 생각을 하며, 오늘은 코트를 미뤄두고 패딩을 챙겨 입습니다.

역시 이렇게 입고 나오길 잘했습니다. 오늘도 날이 차갑네요.


어제도 나의 감기를 걱정하던 당신을 생각합니다. 안 그래도 걱정할 것이 많은 당신에게 내 걱정까지 더하고 싶지 않은데, 늘 자연스럽게 아픈 일을 감추지 못합니다. 목소리만 들어도 알아채는 당신에게 무엇을 감출까 만은, 그래도 조금이라도 당신을 덜 걱정시키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합니다. 오늘따라 버스정류장이 어둑합니다. 4분 후에 버스가 도착할 예정이라는 전광판 알람을 보며, 벤치에 앉은 유일한 젊은이를 확인하고 인도의 끝자락에 서 봅니다. 평소보다 버스가 빠르게 도착할 예정이어서 일까요. 네댓 명은 서고 앉아 있어야 할 정류장이 오늘따라 왜 이리 휑할까요.

이곳은 영하 5도, 당신의 동네 날씨를 확인하니 영하 3도입니다. 가볍게 날씨 이야기하는 메시지를 당신에게 보내봅니다. 간밤에 병원에 잘 다녀오라는 당신의 인사를 들었음에도 쓸데없이 날씨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보고 싶어서.


저기 버스가 전광판을 빛내며 저에게로 다가옵니다.

이제야 버스를 타려는 승객이 조금 늘어납니다. 평소 같으면 열댓 명의 마지막에나 탈 수 있었는데, 오늘은 두 번째로 버스에 올라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좌석에 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당신이 전기버스의 뒤쪽이 위험하다고 당부한 말은 버스를 탈 때마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늘 버스의 후미로 가지 않고 오늘도 버스의 허리춤에 매달려 그냥 서서 갑니다.

오묘하고 푸르스름하게 깨어나는 아침을 바라봅니다. 이런 아름다운 새벽을 함께 볼 날이 있으려나 또 잠시 당신을 생각합니다.


매일 사거리에서 내리는 아버님이 앞 쪽에 자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나는 냉큼 그 자리에 엉덩이를 안착시킵니다.

오늘따라 승객이 적은 버스는 아주 가볍고 빠르게 달립니다. 사람들을 시내 중심에 우르르 쏟아내고, 금방 역 앞에 도착했습니다.

건널목에 서서 파란 신호를 기다립니다. 발목으로 차가운 새벽바람이 스칩니다.


보폭을 크게, 당당하게 걷습니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웁니다. 역사 4층에 걸린 전자시계의 숫자는 6시 45분을 알립니다. 오늘 버스가 가볍다 했더니 이렇게 빨리 역에 데려다줄 줄은 몰랐습니다. 나는 평소의 56분 열차보다 훨씬 빠른 48분 열차를 타게 되려나 봅니다. 새벽의 선로를 내려다보며 사진 한 장을 담을 여유가 있습니다. 찰칵.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플랫폼으로 내려갑니다. 오른쪽에 열차 문이 따스하고 다정한 불빛을 내뿜으며 나를 기다립니다. 올라탑니다.


글을 쓰며 간간이 변하는 아침의 조도를 차창밖으로 확인합니다. 순식간에 내가 내릴 역에 도달하여 힘찬 발걸음을 열차 밖으로 내딛습니다. 어제 엉덩이에 주사 맞은 곳이 찌릿합니다.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생각합니다. 아직 잠이 들어있을 당신의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 덮어주고, 가슴께를 토닥여주고 싶습니다. 나는 이제 병원에 도착하였습니다. 부디 당신의 오늘이 어제보다 분주하기를 빌며, 나는 노란 실내화로 갈아 신고 오늘의 치료로 걸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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