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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연 Apr 03. 2024

우리의 인연이란



요즘 SNS 좀 합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제 책에 대한 리뷰가 모 SNS에 올라와서 우리 친구님들하고 같이 보고 싶어서 올려봅니다.



제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셨는지 어떤지, 그냥은 알 수가 없습니다. 사실 SNS 메시지를 통해 연락이 종종 오긴 해요. 재미있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주아주 옛날에는, 작가가 아무리 글을 써도 독자의 반응을 알 수가 없는 세상이었죠. 예를 들어 박완서 선생님 시대 같은 때요. 아주 오랫동안 현역 작가로 활동을 하셨지만은, 선생님 돌아가시던 2011년만 해도 SNS가 이리 발달하지 않았었죠.

낭만이 있던 옛 시절에는 책의 판매량만이 유일한 인기의 척도였을 것이고, 더러는 출판사로 팬레터를 보내거나 전화를 하기도 했겠죠?

아마 선생님은 그런 것들로, 내가 인기 있는 작가구나 아셨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인기작가'라는 단어 같은 것은 생각도 안 하셨는지도 모르고요.


우리는 무엇이든 즉각적인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제 글에 우리 친구님들이 댓글을 달아주시는 것도 저와 직접적인 소통을 하시는 거니까, 저는 이런 시대에 태어난 것이 퍽 즐겁습니다.


유명해지고, 엄청 잘 팔리는 작가 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저는 여러분의 병팔이 아이돌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갑니다. 매우 매우 좋은 뜻이라는 거, 아시죠?




친구인 훈과는 SNS에서 만나 댓글만 나누던 사이입니다. 혹자는 훈과 제가 만난 SNS를 트위터와 비슷한 플랫폼이다 이야기하던데, 사실 전 트위터를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설명을 들어도 못 알아듣습니다.

어쨌든 앞으로도 실제로는 만날 가능성이 0에 수렴하는 그런 친구인데요, 그럼에도 제 책에 관심을 가져주고 결국 사서 읽더니 저렇게 진심으로 읽은 티가 팍팍 나는 리뷰를 써 주었습니다.


SNS에서 인연을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저에게 이토록이나 관심을 가지고 책까지 진심으로 읽어주는 친구의 마음에 감탄했습니다.

타인에게 그토록 친절하고 다정할 수 있다는 것에도 놀랐고요. 정연도 훈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여러 번 다짐하는 중입니다.


가족 단톡방에도, 친한 친구들에게도 모두 훈의 리뷰를 보냈습니다. 진진은 대번 말합니다. "정연이 너 주변 친구들은 다 글을 잘 쓰네!" SNS 친구라고 말하는 정연에게, 그냥 친구라고 고쳐 말하는 진진을 보며 이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우정을 나누는 시대가 도래했구나 생각합니다. 맞아요. 여기에 늘 제 친구들이 있는데, 제가 인터넷 친구니 실제 친구니 말도 안 되는 구분법을 쓰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인연은, 우주가 관여한 아주 위대한 끈으로 묶여  있으니까 오후에는 여러분들을 생각하며 미소 지으며 보내겠어요. 인터넷으로 아는 정연이 아니라, 그냥 당신의 친구 정연이고 싶은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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