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와 런던
가장 가고 싶었던 곳들 중 상위권에 속했던 파리와 런던.
다녀와서 가장 후회하고 별 볼 일 없었다고 느낀 곳을 꼽자면 또 파리와 런던을 꼽겠다.
가장 환상을 가지고 있었던 곳이어서 나의 기대에 못 미쳤었던 것일까
파리에서 일주일과 런던에서 일주일. 그리 짧지도 길지도 않은 2주.
파리의 에펠탑은 환상적이지 않고 마치 송전탑 같았고, 파리의 도시는 너무나도 더러웠고,
런던은 너무나도 비싸고, 맛있는 음식이 없었고, 생각보다 나는 영국 영어를 못 알아들었다.
하필 런던에서 너무 심한 감기에 걸려 3일은 호스텔에 있어야 했고, 그 호스텔은 또 하필 파티를 매일 하는 호스텔이었다.
그래서 내가 그 여행을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움직여 주지도 않았고,
내가 생각했던 음식의 맛이 아니었고, 내가 생각했던 숙소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여행을 떠나는 모든 이에게는 여행할 때의 중요도 순이 있을 것이다. 숙소가 중요한지, 맛집이 중요한지, 관광지가 중요한지와 같은 내 마음속의 순서가 있을 것이다.
나는 싸고 맛있는 음식들이 많아야 행복감을 제일 느낀다. 그다음이 숙소인데, 대만 타이베이에 가기 전 숙소를 예약을 할 당시, 가격과 사진이 괜찮고 위치 또한 너무 멋진 곳이었기에 바로 예약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너무 찝찝한 이불과 베개에 밤새 몸을 긁으며 잠을 제대로 못 잤었다. 그 숙소에 들어가기 싫어서 타이베이 시내를 새벽까지 맴돌았던 기억이 있다. 그때부터 나는 숙소 예약 전에 꼭 확인하는 몇 가지가 있다.(에어컨, 냉장고, 개인실 그리고 후기 최근 10개 정도)
그리고 관광지는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니즈때문에 하나라도 어긋나면 나의 여행은 망치게 된다고 생각을 했다.
여행지의 식당에서 입맛에 맞지 않는 것을 먹고 싶지 않아 맛집을 찾고, 어떤 음식이 한국인 입맛에 맞는지 블로그를 뒤진다. 나의 여행은 실패할 수 없어!! 실패하고 싶지 않아!!라는 욕구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여행사를 통해 여행을 하고 가이드를 찾기도 한다.
파리 그리고 런던에서는 랜드마크만을 가고, 맛집만을 갔고, 입맛에 맞는 음식만을 먹었는데,
파리와 영국의 여행을 마친 나는 기분이 썩 좋지 않고, 회의감까지 들었다. 심지어 망쳤다고 생각했다.
파리를 지나 런던에서 아일랜드로 가는 비행기에서 파리와 런던의 여행을 뒤돌아보면서 남편에게 나의 속마음을 말했다. 랜드마크만을 가며 다른 사람들의 발자취만을 따라다닌 것 같아 나 자신이 한심스럽고 왜 세계 여행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남편은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이 안 가본 곳은 없어. 모두들 발자취를 따라다녀.”
사람들의 발자취만을 뒤따랐을 때의 나의 여행이 어땠었나에 대해. 나는 무엇을 깨달았냐에 대해 생각해봤다.
랜드마크만 찍고 다니며, 맛집을 다니고, 똑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장소의 사진 스폿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런 것들이 진짜 여행 일까 하고 말이다.
나는 “에펠탑, 런던아이 한번 와봤다~“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인스타그램에 피드를 올리기 위해 내가 여기에 온 것일까.
무작정 버킷리스트 목록 하나하나 지우기 위한 의무감에 세계여행을 다니는 것일까.
내가
낯선 곳에 왔고, 낯선 음식을 먹고, 낯선 사람을 만났다면 그 여행은 그거로 충분하다.
내가 랜드마크만 갔다고, 한국사람들이 가는 식당만 갔다고 그 여행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내가 용기 내어 낯선 곳에 왔음에, 혼자되어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봤음에,
진정으로 여행을 떠나 왔다고 생각한다.
파리에서 우연히 들어갔던 베트남 음식점에서 만난 옆자리 여성이 그림을 그리고 있어 말을 걸고
서로가 그린 그림을 공유하고 보여주며 이야기했던 그 공기가 가장 기억이 남는다.
그리고 런던에서 봤던 뮤지컬 킹키부츠와 드림걸즈 배우들의 표정과 몸짓들을 잊지 못한다.
또, 파리 호스텔에서 만난 시카고 출신 빅터와 에펠탑에서 와인과 치즈를 먹으며 수다를 떨다 보니 새벽 한 시에 호스텔에 들어가서 주인아줌마께 혼난 것도 잊히지 않는다.
그런 기억으로 나는 여행을 왔음을 느낀다. 그런 기억으로 나는 여행의 의미를 찾았음을 느낀다.
나의 파리와 런던 여행은 실패하지 않았음을.
내가 파리와 런던에서 엄청난 것을 얻었음을 다시금 일깨우며 북아일랜드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