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남편은 맨날 아파할까

세계여행은 잉꼬부부가 되는 지름길

by 수수



나는 남편과 결혼한 지 1년 반 정도 되었다.
중학교 때 첫사랑인 나와 내 남편은 그때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시간이 흘러
결혼에 골인한 케이스다.

연애 3개월 만에 부랴부랴 결혼을 했고, 결혼 후 한 달만에 세계 여행을 떠났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여행의 몫이었다.

나는 지금 태국 치앙마이 타지에서 아직도 남편을 알아가는 중이다.

그중 어이없게 ‘이런 것도 서로 알아가야 하는구나 ‘ 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병(illness)을 대하는 태도였다.






남편은 감기에만 걸려도 한 3일은 누워 있어야 하는 스타일이고, 어디에 부딪혀 상처나 멍이 났다면 그날은 하루 종일 아파하며 말하는 스타일이다.
반면에 나는
감기몸살에 걸려도 다음 날이면 일상생활과 똑같이 패턴을 유지한다.
감기에 걸리면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편이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그래서 남편이 아파도 나는 남편이 원하는 만큼 걱정해 주지 못한다.

그런데 그게 바로 오늘 터져버렸다.
남편이 오늘 꼬박 3일째 몸살로 몸져누운 날이다.
나는 여기 치앙마이에서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야 하고, 카페에서 글도 써야 하고, 마트 가서 장 볼 것도 있는데,
좀처럼 남편이 움직여주지 않으니 아픈 남편을 놓고 어디를 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남편의 증세는 오로지 기침뿐이었다. 숨이 안 쉬어진다며 기침을 세차게 하고 있었다. 나는 맨날 기침을 달고 사는 사람으로서 왜 이렇게 아파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빠, 일어나. 병원 가자.”

하며
남편을 끌고 나왔다. 우리 둘 사이엔 싸늘한 적막만 흘렀다.
그렇게 병원 가는 도중, 우린 폭발했다.

남편은 사람이 아픈데 위로는 안 해주고 짜증을 내냐는 것이었고,
나는 왜 이리 대수롭지 않은 걸로 걱정시키냐는 것이었다.

서로 서운한 점을 말하고 우린 바로 서로를 이해했다.

세계 여행하면서 좋은 버릇이 생긴 것이 서운한걸 바로 말하고, 바로 풀어버린다는 것이다.


남편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 아프다고 항상 말하면서 간호를 받으며 아픔을 이겨냈었고,
나는 혼자 항상 아픈 걸 이겨냈었던 것이다.

남편이 너무 아파해서 걱정했다가도, 별거 아닌 걸 알고 나면 그 마음이 화로 바뀌어버렸다.
마치 지금껏 걱정했던 것이 억울하다는 듯이 화를 내버리는 것이다.

예전에
집에서 남편을 놀라게 해 주려고 책상 속에 숨었다가 남편이 찾지 못해 내가 자진해 나오니 엄청 화를 냈던 일화를 말하니 금세 나의 마음을 이해해주었다.


오늘부로 남편은 많이 씩씩한 척하며 아파했고,
오늘부로 나는 노력해주는 남편이 고마워 사랑으로 간호를 해주었다.








결혼을 하고 바로 세계여행 온 것이 신의 한 수라고 우리는 자주 말한다.
여행하며 오로지 우리 관계만을 위해 노력하고,
아무도 우리의 관계에 개입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우리 관계에 대해 고민 상담하지 않는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해결하고 같이 고민한다.

한국에서 각자 직장 생활을 했다면,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배우자에게 풀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같은 침대를 쓰지만 등 돌리고 자는 그런 부부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일 년 반 동안 여행하면서 누구보다 남편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오늘도

존중하고 사랑한다는 걸 배우는 게 참으로 멀고 힘들다는 걸 여행지에서 깨닫는다.

여행이 주는 값진 깨달음에 오늘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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