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덕 밭에서 풀을 매다가 쓰는 글
더덕밭에서 풀을 매다가
나의 자리에 앉아 물을 먹고 잠시 쉰다. 그늘이 없어도 되는 날씨다. 태풍 오기 전날. 풀 뽑기 가장 좋은 날씨인 것 같다.
이 때다 싶어 오늘은 아침밥만 얼렁뚱땅 먹고 나와 풀매기 한창이다. 근데 나보다 더 빨리 나온 이가 있다. 벌들이다. 벌들이 더덕꽃의 꿀을 따러 왔다. 이 벌들의 날갯짓 소리를 노래 삼아 나도 하루 종일 일할 예정이다. 조용한 이 밭에 벌들의 날개 짓 조차 큰 소리로 들린다. 이 조용함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노래 조차 키지 않았다. 노래는 사치 일 뿐이었다.
잠시 쉴 때는 어김없이 글을 쓴다. 밭에 앉아 글을 쓰면 아무 잡생각 없이 오로지 글에만 전념할 수 있다. 그리고 귀농에 대한 나의 잔상을 오로지 글로 써내리기 가장 좋다.
글을 쓰다가 가끔 산 꼭대기를 하염없이 쳐다보는 것 또한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더덕 밭 4000평 정도 되는 풀을 다 매야하는데 남편과 나 둘로는 턱없이 일 손이 부족하다. 하지만 얼른 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고 누가 빨리하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그냥 시간이 되는 대로, 조금씩 조금씩 하는 것이다. 지금 안 한다고 불안하지도 않고 빨리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사랑하는 더덕을 위한 마음으로 풀을 뽑고 있다.
직장 다닐 때와는 정말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시간에 쫓기고 사람에 찢겼던 근 10년간에 일들이 허망하고 바보 같았던 것만 같다.
여기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조금씩 하고 힘들면 쉬고 눈치 보지 않고 멀치감치 하늘을 쳐다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
더덕은 나의 애정이다. 더덕으로 아빠가 나를 키웠고, 더덕으로 이제 내가 먹고살 궁리를 한다.
더덕보다는 개인적으로 더덕 새싹이 더 맛있어 더덕 새싹에 전념하겠지만, 더덕을 포기할 수는 없다. 노지에 더덕을 심고 더덕 씨를 거두고 더덕 모종을 거두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더덕 새싹은 파종 후 30~33일 정도 됐을 때가 가장 여리고 맛있다. 여리고 향긋한 더덕 새싹을 키우기 위해서는 18도에서 20도 사이의 적정 온도가 유지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키운 더덕 새싹은 현재는 지역 로컬푸드 마켓에 몇 개씩 선보이고 있다. 하루 50g짜리 4개를 가져다 놓는데, 하루 만에 완판 되어 버린다. 더덕 새싹을 안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는 사람은 없다. 곧 하게 될 더덕 수확 후에는 더덕 새싹을 온라인으로 다시 팔 예정이다. 현재는 없어서 못 팔고 있다.
얼른 다시 더덕 새싹을 키울 생각에 그리고 판로를 하나둘씩 만들고 구매해주시는 고객님들의 후기를 들을 때 감동이 크다. 이게 농사의 진짜 묘미인 것 같다.
자, 이제 그만 노트북을 닫고
얼른 다시 더덕 밭에 풀 뽑으러 가야겠다.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