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영어교육 No! 조기 농사 교육받는 아기 고양이
며칠 전, 아빠가 말했다.
“길고양이들이 우리 저장고 밑에다가 새끼 고양이 낳았더라. 짬밥 좀 가져다 놓으니까 이놈들이 여기다가 터를 잡았구먼”
내가 어렸을 때부터 아빠는 길고양이들에게 짬밥을 주곤 했다.
약 일주일 동안은 나와 남편은 고양이들을 못 봤다. 그러다 발견한 아기 고양이. 엄마 고양이는 온대 간데없고, 아기 고양이가 햇볕을 쐬러 나와 앉아있었다. 우리를 발견하곤 얼른 저장고로 뛰어가버리긴 했지만.... 아주 잠깐이긴 했지만 아기 고양이는 치즈가 뚝뚝 떨어지는 느낌에 황색 털을 가지고 있었다. 눈은 아직 덜 뜬 건지 원래 작은 건지 다른 고양이에 비해 눈은 작았다.
고알못이지만 (고양이 알지 못함) 인터넷을 뒤져 고양이 사료 한 포대를 주문했다. 짬밥을 먹는 것은 분명 안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맞는지는 모르겠다) 옛날 사람들이야 남는 음식을 고양이나 강아지에게 주었지만,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그대로 먹다간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어서다.
조금 큰 사료를 샀다. 다른 딸린 고양이 식구들이 있을지 모르니까.
남편과 나는 로드킬을 당하는 길고양이들이 매번 안타까웠다. 치워주지도 못하고 그냥저냥 ‘어떡해.. 불쌍해서 어떻게..’라고 말만 했던 우리가 진짜 길고양이들을 위해 실행에 옮긴 첫 일화다.
사료를 주고나서부터 고양이를 멀리서 지켜봤다.
고양이가 ‘냐옹’ 울면 나도 ‘냐옹’ 울며 우리는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고 나 혼자 생각했다. 그리고 가까워졌다고 혼자 생각했다.
이제는 집도 없이 농자재 옆에서 웅크리고 있는 게 안타까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춥다고 패딩에 내복에 껴입었는데, 아기 고양이 너는 털조끼하나 입은 것이냐..
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내 손은 벌써 고양이 집 만들기 유튜브를 찾아보고 있었다. 정을 주지 말자고 남편에게 큰소리를 쳐놨는데 나는 마치 방금 아기 낳은 엄마처럼 모성애가 그득그득해졌다.
우리는 스트리폼을 개조해 아기 고양이 원룸을 하나 만들어 저장고 옆에 놔두었다.
처음 원룸을 저장고 옆에 놔주니, 맹수가 약 10분도 안되어서 잘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때 느꼈던 감격스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나와 남편은
“정 주지 말자. 절대로. 사람 손 타면 아이 고양이 테 위험할 거야. “
라고 했지만, 맘은 벌써 너와 한집에 사는 꿈을 꿨다. 한집에서 밥을 먹고, 한 침대에서 같이 잠을 자는 상상을 마친 뒤였다.
다음날,
맹수는 우리를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우리가 농사를 짓는 내내 아기 맹수는 우리를 졸졸 따라다녔고, 우리가 멈추면 맹수도 멈추고, 우리가 뛰면 맹수도 뛰었다.
우리가 풀을 뽑자면 같이 옆에 앉아 스트리폼을 긁어놓았고, 우리가 파종을 할 때면 옆에 조용히 앉아 파종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단, 우리가 더덕 새싹에게 물을 줄 때는 멀치 감지 떨어져 있었다.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 특성 때문이다.
더덕 새싹 농사를 짓고 있는 도중에 자신 좀 봐달라고 애교 피는 아기 고양이 맹수를 보고 있자면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다. 피식- 웃으며 한번 쓰듬어 줬다.
시부모님과 같이 사는 우리는 맹수를 집으로 데려갈 수 없다. 하는 수 없이 하우스 안에서 키우게 돼버렸지만 맹수는 아직까지 도망가지 않고 우리 식구가 되어줬다. 맹수 원룸에 오늘은 전기장판을 하나 깔아줬다. 겨울은 여기서 따뜻하게 보내줬으면 좋겠다.
일손이 모자라면 고양이손이라도 빌려 쓰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 농사일이 바쁘면 우리는 너무 바쁘게 하지 않고 너를 한번 더 쓰다듬을 것이다.
너는 우리 하우스에 발자국 소리만 들려줘라. 식물은 발자국 소리에 잘 큰다고 한다. 우리가 없을 때 고양이 발자국 소리를 내줘라.
그럼 너는 우리와 같이 농사를 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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