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윗소로우 - 사랑해
너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나에겐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
언제나 내 곁에 있어서
자꾸 깜빡 잊고 살지만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스윗소로우 <사랑해> 중.
이 노래는 가사 속에 ‘사랑해’가 스물일곱 번 나온다. 게다가 제목까지 ‘사랑해’다. 문장 끝에 붙은 마침표처럼 사랑한다고 계속 말하는 가사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붙잡고 사랑한다 말해버릴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제부터 그 말을 쉽게 하지 않을 것이다. 돈을 내고 해야 하는 말도 아니고, 많이 말한다고 해서 허공에 띄운 목소리가 사라지거나 닳는 것도 아니다. 다만, 사랑한다는 말은 정말 무겁고 어렵게 뱉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 식사자리에서 아빠의 입이 열렸다. 원래도 과묵했지만, 나와 동생이 서울로 떠나고 난 뒤로부터, 아빠는 점점 조용해졌다. 내 서울살이가 오 년 차에 접어들었으니, 어쩌면 그의 침묵은 조금 과장을 보태서 오 년 만에 깨졌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 시간을 뚫고 아빠의 입술을 움직인 소재는 ‘사랑’이었다.
도입부는 알콩달콩한 동생의 연애로부터 시작되었다. 여자 친구를 집에 한 번 데리고 오라는 이모의 장난스러운 한 마디에 아빠가 안 된다고 말을 한 것이다. 과거에 나와 동생의 친구들에게 편하게 밥도 사주셨던 아빠였다. 그 덕에 지금까지 내가 집에 데리고 온 남자 친구도 두 명 이다. 그런데, 동생에게 여자 친구를 데리고 오지 말라니. 괜히 내 마음만 철렁. 나는 숟가락에 비치는 내 얼굴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귀로만 들은 아빠의 본론은 다음과 같다. 요즘은 사랑을 쉽게 소비하는 것 같다며, 사랑한다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사랑은 책임을 동반하는 것이다. 그 책임은 서로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렇기에 사랑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책임이다.
내가 아빠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아서, 아빠의 시선이 나를 향했는지는 모르지만, 왠지 그 말은 동생이 아니라 내게 하는 말 같았다. 딸의 남자 친구라는 이유로 자신의 세계에 들어온 타인에게 아무런 잣대 없이 마음 한구석을 너무나도 쉽게 내주었는데, 떠날 때는 간다는 인사도 없이 그냥 사라졌으니, 아빠도 상처를 받은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나 또한 사랑을 쉽게 시작하고 끝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 사랑은 과거가 되었다. 그렇게 아빠가 말하는 소비된 사랑으로 찍힌 것 같아, 내 얼굴이 비치는 숟가락 손잡이를 쉽게 잡을 수가 없었다. 결론은 나 때문에 애꿎은 동생만 알콩달콩한 연애에 무게추를 하나 달게 되어 괜히 미안할 따름이었다.
그래서 가사 속에 ‘사랑해’가 스물일곱 번이나 나오는 이 노래를 들으며 반성과 각오와 다짐을 하기로 했다. 누군가를 붙잡고 당장이라도 말하고 싶은 욕구를 꾹 참을 것이다.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사랑한다는 말을 누르고 누르며 아빠처럼 침묵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 말을 다시 꺼낸다면 적어도 스물일곱 번은 생각하고 정말 무겁고 어렵게 다문 입술을 조심스럽게 움직일 것이다.
당신을 사랑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