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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 Feb 06. 2021

들어가는 글

이 글을 쓰는 사람, 박예슬 소개

나는 요가를 하고 글을 쓰고 연극을 한다. 최근에는 서울 성수동의 작은 서점에서도 일주일에 하루씩 일한다. 지난 이월부터 테라피 해부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으며 그리고 지난 사월에는 자궁경부이성형증을 진단받았다. 


나는 제주도에서 태어나 울산에서 자랐다. 그리고 연극을 공부하고 싶어서 서울에 올라왔다. 올라온 지는 약 육 년 정도 되는데, 삼 년 동안은 정말 딴짓 안 하고 연극만 했다. 그러다 꼬박꼬박 입금되는 월급통장을 한 번 가져보고 싶어서 육 개월 정도 회사생활을 했다. 집과 걸어서 십 분 거리에 있는 회사의 위치도 좋았고 생각보다 내가 서비스직에 적성이 맞는다는 것도 발견했다. 휴일은 휴일처럼 쉬면서 보내고 평일에는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았다. 심지어 아침에는 회사 바로 앞에 있는 요가센터에서 요가수업을 듣고 출근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런 삶을 중단하게 만든 건 또 연극이었다. 비록 삼 개월 계약직에 끝난 뒤의 삶도 불투명했지만 존경하는 연출 님과 함께 작업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안정적인 생활을 뒤로하고 다시 연극을 시작했다. 공연이 끝나고 일주일 뒤에 서른이 되었고 나는 갈 곳이 없었다. 고민 끝에 공연 급여로 요가지도자 자격증반을 등록했다. 


요가지도자는 내 오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계획은 결혼 후 육아를 하며 제 2의 직업으로 삼는 것이었지만 당장의 생계를 위해 조금 앞당겼다. 자격증을 따며 전문성을 취득한 나는 공식적으로 요가수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수업 당 약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매트 위에 서서 나만의 무대를 꾸렸다. 첫 수업을 준비하는데 너무 떨린 나머지 시를 한 편 들고가서 읽었는데 그 경험이 계기가 되어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독립서점에서 ‘시와 요가, 그리고 차’라는 워크숍을  열게 되었고,  일 년 째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글을 썼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언젠가는 내 이야기가 담긴 책을 꼭 한번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마침 매일 갈 곳도 당장 해야할 일도 없었다. 시간이 많이 남은 김에 책을 쓰기로 했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내 이름으로 된 독립출판물이라도 한 권 올려둔다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독립서점 워크숍을 신청했고 나는 열정을 다해 내 감정과 생각을 쏟아 부었다. 생각보다 빨리 내 이름이 들어간 책 세 권을 출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책들은 나를 예상하지 못한 삶의 방식으로 데려갔다. 북페어에 나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외주작업을 소개받아 취재하러 다녔고, 청년취재단의 초고를 다듬는 업무도 하고, 세상에나 내 글의 오타체크와 교정교열도 제대로 못 하는 내가 매뉴얼북 교정교열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울산에서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된 축제의 전체 시나리오 원고를 맡기도 했다. 또 강아지를 무서워하지만 강아지가 같이 있는 서점에서 일주일에 하루씩 일하게 되었다. 이쯤되니 더이상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랍지 않다.


또 소소하게 그림을 그렸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일 년 반 정도 미대입시를 준비했었는데, 정시에서 가나다군에 다 떨어졌다. 그리고 미대준비를 그만두고 대학 입시를 재수했다. 그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조그맣게 내 책에 들어갈 삽화부터 시작해 포스터와 엽서에 들어갈 일러스트와 작은 만화도 그렸다. 


누군가 “무슨 일 하세요?”라고 물어보면 어색하게 웃으면서 한숨을 한 번 쉬고 머릿속으로 이 사람에게는 어떤 일을 먼저 말하는 것이 설명하기 쉬울까 고민한다. 


어느새 요가, 글, 연극 그리고 그림이 내 생활을 이루는 요소가 되었다. 취미가 일이 되고 일이 취미가 되는 삶의 방식. 규칙적인 듯하면서 불규칙하고 불규칙한 듯 나름의 질서가 자리하는 하루가 자연스럽게 내 일상이 되었다.  그러던 나는 어느 날 예상하지 못한 문자를 한 통 받았다. 


“이상 소견이 발견되었습니다. 내원하셔서 원장님과 상담 후 추가치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D”

별생각 없이 받은 자궁경부암검사 후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몸은 아니었나 보다. 자궁겸부암검사를 계기로 지난 삼십 년간 나와 함께했던 자궁의 이야기를 한 번 돌아보기로 했다. 첫 생리를 시작했던 날부터, 드문드문 나에게 존재를 알리며 내 몸에 조용히 자리한 자궁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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