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언제 자궁을 느꼈나요?
첫 생리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학교의 정문과 후문을 통과하는 길목에서 “빨리 와!”라며 소리치는 내가 보인다.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으며 속해있는 무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자전거 안장에서 오는 자극 때문인지 나는 첫 생리가 시작된 줄도 모르고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있다. 한참을 그렇게 놀다가 집으로 돌아간 나는 거실 화장실에서 첫 생리를 만났다.
내 나이 열다섯, 또래보다 빠른 것도 아니고 그다지 느린 것도 아닌 시기. 학교에서는 막 성교육이 진행되고 있었기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던 것 같다. 다만 생리는 엄청 특별한 건 줄 알았는데, 그냥 아무렇지 않게 시작해서 허무했다. 생리를 하는 건 아니었지만, 호기심 많았던 중학생은 종종 안방 화장실 수건장 아래 칸에 엄마의 생리대를 들여다보곤 했었다.
바지를 대충 올린 후 화장실 문밖으로 고개를 쏙 내밀어 거실의 상황을 확인한 나는 재빠르게 엉거주춤 안방 화장실로 이동했다. 바지 속 상태를 알기 전까지는 아무렇지 않게 걸을 수 있었는데 생리를 만나자마자 걷는 자세부터 바뀌었다. 때로는 모르는 게 속 편하다.
핑크색 비닐 포장지 속에서 낱개로 포장되어있는 생리대를 하나 꺼냈다. 중형인지 대형인지 소형인지 사이즈는 기억나지 않지만, 몸에 닿는 면이 새하얗고 보송보송해서 내가 입고 있던 팬티보다 깨끗하게 느껴졌다. 성교육 시간에 분명 배우긴 했지만, 내 손으로 직접 뜯어본 건 처음이라 꽤 가슴이 두근거렸다.
대충 십오 년 인생의 감에 기대서 어디선가 봤는지 안 봤는지 제대로 기억이 안나는 내용을 최대한 떠올리려 애쓰며 생리대를 착용하고 안방 화장실에서 나왔다. 기분이 썩 좋지 않았고, 갑자기 왠지 모르게 배가 아픈 느낌이었다. 그리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생리를 시작한 거 같아. 자전거를 타다가 집에 왔는데 피날 만큼 아프지는 않은데 피가 나." 그리곤 엄마의 생리대를 찾아서 착용했다고 말했다. 엄마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뭔가 여자가 된 것 을 축하한다든지, 이제 어른이 되었다는 둥 오글거리는 말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엄마랑 짧은 통화를 끝낸 후 거실로 나가 아빠에게 아무렇지 않은 척 “생리를 시작한 것 같아요.”라고 새침하게 이야기한 후 내 방으로 들어갔다.
앞으로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줄은 예상도 못 한 채 첫 생리를 시작해버렸다. 여름이면 얼마나 생리대와 땀띠와 씨름을 할 줄도 모르고, 갑자기 시작된 생리에 화장실에 갇힌 채 남자 친구에게 생리대 심부름을 시킬 줄도 모르고, 생리대를 제대로 챙겨 오지 않아서 몇 시간 동안 찝찝하게 하나의 생리대로 버티다가 피가 새는 경험을 하게 될 줄도 모르고 말이다.
십오 년 동안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던 장기가 드디어 활성화되었다. 자궁이라는 내장기관이. 내가 여자라는 것을 나타내는 특징이자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알리는 존재가 활동을 시작했다. 내 나이 열다섯, 그해 여름 생리를 시작했고 나에게 자궁이라는 신체 부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했다.
“안녕, 자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