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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 Feb 06. 2021

생리와 다이어트

다이어트는 뭐! 생리기간에 하면 되지?

생리와 자궁에 대해서 다소 귀찮은 시각으로 글을 쓰다 보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이번엔 긍정적인 요소를 최대한 끌어내 보기로 했다. 도대체 생리의 좋은 점에는 무엇이 있단 말인가. 바로 다이어트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여성이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 이름 하여 ‘생리주기 다이어트’. 생리를 하는 여성의 한 달을 생리 전 일주일, 생리 기간 일주일, 생리가 끝난 후 이주로 나누고 식이요법과 운동법을 다르게 조절하면 무작정 다이어트를 할 때보다 효과적으로 체중감량을 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쉽게 설명하면 우리 몸은 호르몬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때 운동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데, 여성은 생리 직후에 호르몬을 비롯해 전반적인 몸 상태가 안정적이므로 이때 몸을 많이 쓰면 다이어트 효과를 더 크게 볼 수 있다. 이때 최선을 다해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좋다. 반면 생리 전 일주일은 가임기로 방어태세를 갖추게 되는데, 이때는 평소보다 적게 먹어도 살이 찔 수 있다. 따라서 움직이는 것보다 적게 먹어야 한다. 생리기간에는 다이어트에 대한 욕구를 잠시 내려놓고 쉬는 것이 좋다. 참았던 음식과 게으름을 즐길 수 있는 치팅 위크 cheatingweek다.


밤 열한 시가 넘은 시간에 동생의 배고픔에 빌붙어 감자전을 먹다가 나의 생리주기를 돌아보니 지금은 참았던 음식과 함께 게으름을 피울 수 있는 기간이었다. 간장을 살짝 찍은 바삭한 감자전을 한 조각 더 입속에 넣고 씹으며 지금 이 순간 생리를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 자궁벽의 허물만큼 감자전을 먹어도 되는 시기. 야식을 먹고자 적극 움직이는 손과 입의 적절한 운동을 마음껏 지지해도 새 친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뱃살에 전혀 미안하지 않은 시기. 나의 식욕을 당당하게 표출하면서도 살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기. 그런 멋진 시간이었다, 생리는. 


비록 자기 전에 생리대를 한 번 더 교체하고, 또 혹시 모르는 사태에 대비해 입고 있는 흰색 딸기 무늬 파자마 바지를 갈색 스펀지 밥 파자마 바지로 바꿔 입고 침대에 누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지라도,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젓가락질을 할 수 있는 즐거움은 매우 크다. 불균형한 호르몬과 저하된 신진대사에 기대어 약 일주일간 무리한 운동은 피하고 철분과 칼슘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 ‘생리주기 다이어트’는 생리를 하는 자궁의 존재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자궁이 없어 생리할 일이 없는 내 남동생은 생리주기 다이어트도 할 수 없다. 살짝 나온 배를 두드리며 야식을 먹은 것을 후회하는 동생을 보면서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안도와 다행스러움은 얼마나 고마운지. 함께 먹었지만 나는 후회할 필요가 없다. 자그마치 일 년에 열두 번 한 달에 약 일주일씩 일 년에 팔십사일 동안 나는 동생보다 더 행복하게 야식을 먹을 수 있다. 소란스러운 생리 속에도 이런 긍정적인 순간이 있다. 



생리주기 다이어트 _ 2016년 미국 임상 영양 학회지에서는 과체중, 폐경 전 여성을 대상으로 생리주기를 적용한 체중 감량 프로그램에서 생리주기를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적용한 여성이 적용하지 않은 대조군보다 5kg을 더 감량했다고 한다. Am J Clin Nutr. 2016 jul;104(1):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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