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원 창업, 요가원 인수
연극과 더불어 요가를 업으로 삼았다.
언젠가는 극장도 꿈꿨지만, 규모의 경제에 따라
현실적으로 요가원을 차리고 싶다고 말하고 다닌 지가 얼마나 되었을까.
정말 말하고 다니면 이뤄진다는 말처럼 예상치 못한 어느 날, 꽤나 마음에 드는 공간을 만났다.
언제나 행운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큰 일에는 이상하리만큼 운이 좋은 편이다.
처음 서울에 와서 살 집을 구할 때, 요가지도자 자격증을 등록할 때, 지금 사는 집을 구할 때, 겁 없이 캐스퍼를 계약할 때,,, 등등. 많은 생각을 내려놓고 그냥 결정했다. 미리 걱정하기보단 직접 부딪히면서 불편함은 그때그때 해결하고, 만족감은 운이 좋은 나를 믿었다.
사실 여기에는 올 초에 "언니, 저도 요가원 생각해 보려고요"라고 넌지시 동업을 제안한 수인이의 역할이 컸다!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일에 시너지가 좋은 편이라, 같이 할 사람만 있으면 정말 뭐든 다 추진한다. 나는.
수인이와 함께 둘러본 공간은
약 7년 전 우리처럼 요가원을 운영해보고자 했던 두 분이 함께 동업해서 운영하셨던 요가원이다.
4층이라 채광이 좋고, (난 정말 채광귀신이다. 햇빛 없이는 못 살아)
공간 구석구석 선생님들의 애정이 느껴지는 따뜻한 곳이었다.
임대료와 권리금도 정말 다행스럽게 대출 없이,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만기 된 청년희망적금과 약간의 추가금액을 합해 서로가 감당할 수 있는 실패를 경험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사실 이 부분이 제일 기쁘다)
매년 지원사업을 받지 못하는 공연은 사비를 투자했다 보니..
언젠가 이처럼 공간을 운영할 일이 생긴다면, 대출을 받거나 부모님께 손을 벌려야 하지 않을까? 막연하게 걱정하곤 했었다. 그런데 그렇지 않고도 운영할 수 있는 행운을 내가 꽉 잡다니!
공간을 둘러본 뒤,
잠깐의 고민도 없이,
공간을 나오기도 전에,
"하고 싶어요" 말해버렸다.
그리고 수인이에게도 "나 믿고 하자" 말했다.
우린 결정했다.
"해보자!"
막상 집에 와서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통에 잠도 설치고, 친구들에게 전 남친 마냥 '자니?' 연락도 해봤지만.
내 행운을 믿고, 해낼 것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공적으로 요가도 하고, 사심을 담아 낭독공연도 할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기로!
할 수 있는 거! 하고 싶은 거! 다 해야지 •’-’•)و✧
그렇게 드디어 계약서에 도장 찍었다.
(이날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연극 지원사업 3개가 다 미선정 연락을 받았는데, 계약서에 도장 찍은게 워낙 자극적인 기쁨이라 그런가 떨어졌다는 사실은 하나도 타격감이 없었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하고 6월에는 요가원을 운영하게 된다.
사실 조금 무섭긴 한데,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이렇게 내 인생 서른다섯에 내 공간을 갖게 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