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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슬 Apr 26. 2024

요가원 상호 짓기

요가원 창업, 요가원 인수

요가원 공간을 보고 난 다음 날, 바로 가계약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난 뒤, 제일 먼저 한 일은 바로, 공간 이름 짓기!!


언젠가 나의 공간을 갖게 된다면 '요가 지옥'이나 '기분 좋은 요가'로 지어야지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요가 지옥'은 이름은 무섭게 정하되, 사악하지만 엄청 귀엽게 생긴 캐릭터가 옆에 있으면 키치 할 것 같았고.

'기분 좋은 요가'는 해부학 공부를 할 당시, 지영 선생님께서 '기분이 안 좋아지면 동작을 그만해야 한다며, 기분 좋을 만큼만 애쓰자'라고 리딩 멘트를 나누실 때 생각했었다. 아주 쉬운 표현이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며, '기분이 좋다'라는 어쩌면 다소 단순할 수 있는 한 마디가 오히려 더 와닿을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렇게 혼자서만 막연하게 생각했던 이름들은 잠시 내려두고, 수인이와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눈에 보이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오만가지 단어를 다 가져다 붙이면서 창의력을 발휘하고 다녔다. 길거리에 지나가는 간판, 도로 위 표지판, 음식점의 메뉴까지 다 붙어보았다.


'00요가, 00요가 스튜디오, 요가 00'

정말 별의별 이름을 다 뱉어본 것 같다. 


그러다 수인이가 검색해 본 요가원 중에 '바람까마귀 요가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문학적인 표현으로 접근해 보겠다고, '노을 위 창가 요가원', '아침에 차 한 잔 요가원', '햇살이 드리운 요가원', '나 그리고 당신 요가원', '행운의 여신 요가원', '문득문득 뒤돌아 생각나는 요가원', '까치 까치 설날 요가원', ... 이러면서 또 한참 정신줄을 놨었다...ㅎ


그렇게 돌고 돌다 결정한 상호는 바로 '함께 요가'


사실 내 마음속에는 '요가라이킷'이라는 밝고 귀여운 명칭이 끝까지 남아있긴 했다. 내뱉을 때 어감에서 입꼬리가 딱 올라가는 근육의 힘이 느껴지는 게, 좋은 에너지가 입가에 맴도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함께 요가'의 의미를 하나하나 떠올리다 보니 아주 쉽게 결정되었다.  


함께 요가는 우리가 처음으로 같이 만들었던 요가 이벤트의 네이밍이다. 수인이와 나는 2인 요가 이벤트를 기획해, 넷플 연가 플랫폼 이벤트와 요가도반 스튜디오 연말 이벤트로 세 차례 정도 진행했었다. 당시 우리가 했던 프로그램은 듀엣 요가, 커플 요가라는 이름으로도 많이 쓰였지만, 뭔가 기존의 명칭이 남녀 커플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어 고민하다 너와 나의 의미를 담아 '함께 요가'로 기획했었다. 


그렇게 이름을 짓고 만든 이벤트는 요가가 주는 차분함과 고요함보다는 함께 내뱉는 웃음소리를 많이 가져왔다. 후기에 의하면 처음 요가를 접하시는 분들도 부담 없이 요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매트 위에서 나 홀로 으쌰 으쌰 싸우다가, 타인의 매트를 침범해 서로 의지하고 같이 동작을 만들어갔던 시간. 상대에게 피해 주지 않기 위해 나를 더 돌아보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조금 더 애쓰게 되었던 힘의 감각들. 

어쩌면 그게 우리가 요가를 나누는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세상 일이 뭐든 혼자하면 못할 것 같다가도 같이 한다 생각하면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 처럼.

요가 수련도 혼자 할 때보다는 같이 할 때 더 즐겁다.

이 센터도 수인이가 없이 나 혼자서는 막막했겠지. 

또, 한 타임의 요가 수업 또한 함께 매트에서 호흡해 주실 멤버분들이 없다면 절대로 완성되지 않는다. (이런 부분에선 관객을 만나 완성되는 연극 같기도 하네)


속마음은 '요가라이킷'보다 조금 덜 귀엽단 생각이 여전히 있지만, 그 이상으로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여운이 남는 상호 '함께 요가'


요가를 나누며 보람을 느끼는, 

함께하는 요가의 즐거움을 아는,

우리의 마음을 닮은 이름이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많은 분들께도

더불어 요가가 어렵지않고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면 하는 마음도 담아서.


따뜻하고 귀엽게 다가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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