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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시 Jul 09. 2020

정지영의 스위트 뮤직박스를 기억하시나요

그 시절을 떠올려주는, 읽는 라디오 '차우진의 밤레터'를 추천합니다






 지난주 주말에 경기도 광주에 있는 화담숲엘 다녀왔습니다. 한 시간 반 정도 소요가 되었는데,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라디오를 들었어요. 정말 오랜만에요. 고등학생 때 잠 깨운답시고, 학원에서 학교에서 컬투쇼를 정말 많이 들었었는데 말이죠. 벌써 10년도 더 되었는데, 여전히 웃기더라고요.




ⓒ Choi Yesi




요즘도,

라디오를 들으시나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부터는 라디오를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놀 것도, 볼 것도 점점 많아지면서 라디오라는 존재 자체가 잊혔다고나 할까. 그러다 한 번씩 여행 가는 차 안에서 라디오를 들으면 저는 늘 어린 시절이 떠오르더라고요. 좋아하는 가수 방송 시간에 맞춰 라디오 앞에 앉아 기다리다가 녹음 버튼을 눌렀던 기억도 생각나고, 새벽까지 공부방에서 공부하고 집에 돌아오며 듣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르고, 새벽까지 공부하는 척하면서 몰래 라디오를 들었던 무수한 밤들도 생각나네요.


 밤 12시가 땡 되면, 늘 주파수를 107.7에 맞춰두고 <정지영의 스위트 뮤직박스>를 들었습니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을 어루만져주는 포근한 목소리와 사랑에 마음앓이하는 많은 사람들의 사연들을 들으며 사랑에 아팠던 마음과 외로운 마음을 달랬던 기억이 납니다. 이 글을 쓰려고 유튜브에 정지영의 스위트 뮤직박스를 검색했더니, 오프닝 멘트 모음이라는 영상이 뜨네요. 익숙한 오프닝 노래와 나긋나긋한 정지영 씨 목소리를 오랜만에 들으니 마치 지금 고등학교 2학년 시절로 돌아가 있는 것만 같습니다. 아련한 추억들이 떠오르네요.




ⓒ Choi Yesi



읽는 라디오,

말많고고독한디제이의 '밤레터'


 어젯밤, 라디오를 들으며 잠들었던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려준 메일 한통을 받았어요. 바로 말많고고독한디제이 '차우진'님의 밤레터였습니다. 올해 4월부터 구독하고 있는 메일인데요. 매주 수요일 밤마다 사람들이 보내준 사연과 함께 신청곡을 틀어줍니다. 라디오라는 가면을 쓴 메일이라니.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지난주부터 시즌1으로 정식 오픈을 했는데, 본격적으로 라디오 디제이가 사연을 읽어주는 것처럼 내용이 개편이 되었더라고요.


 이번 주는 여름휴가가 주제였는데,

읽는 라디오 '밤레터'의 오프닝 장면과 소개된 독자 사연을 가장 먼저 읽을 수 있어요.

ⓒ 차우진의 밤레터


 여름휴가에 대한 디제이 차우진 님의 얘기도 듣고,

그 외 사람들의 생각들도 엿볼 수 있어요.

ⓒ 차우진의 밤레터


 메일을 읽다가 중간에 갑자기 제 이름이 나와서 어찌나 깜짝 놀랐던지요.

저도 걱정이 참 많은 타입이라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공감하다가 갑자기 저에게 질문을 던지길래 나는 요즘 괜찮나? 하면서 한 번 생각을 해봤어요. 요즘 일이 많아 좀 피곤했던 탓인지 '아뇨, 잘 모르겠어요...'를 클릭했는데, 왜 기분이 안 좋으냐며 물어보지 뭐예요. 마치 라디오 전화연결이 되어서 디제이와 노닥노닥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었답니다.


ⓒ 차우진의 밤레터
ⓒ 차우진의 밤레터



 귀로 듣는 라디오가 아니라 메일로도 라디오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 주다니. 여러 사람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이건 나만의 고민이 아니구나, 위로받았던 것처럼 우진 님의 밤레터를 읽으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 함께 모닥불 피워놓고 얘기 나누며 위로받는 기분이 들어요. 거기에 좋은 노래까지 덤으로 들을 수 있고요!




ⓒ Choi Yesi



기획자는

마음의 존재를 일깨워주는 사람


 구독 서비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얻고 싶어 메일 서비스를 여러개 받아보고 있습니다. 스페이스오디티, 신세계 빌리브, 어피티, 쏠트호 등등. 지금까지 메일링 서비스라고 하면 좋은 콘텐츠를 큐레이션을 원했고, 그런 메일만 받았던 것 같은데.. 이렇게 새벽 감성을 건드려주는 메일링 서비스는 처음인 것 같아요. 메일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런 콘텐츠 기획을 할 수 있구나,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교묘하게 연결된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더라고요.


 얼마 전에 록담님의 ㅅ스타그램 중 트래블코드 이동진 대표님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었는데요.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어요.


사람은 머리, 몸, 마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능을 증강시켜주는 등 머리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는 많고, 인체의 기능을 향상해주는 등 몸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바이오 기술도 많은 반면, 마음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증강시켜주는 기술이나 솔루션은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기획자들이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마음의 존재를 일깨워주고 그 가능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음이 뛰고 자극이 있어야 근육이 생기니까, 저는 마음의 근육을 키워줄 수 있는 기획을 하고 싶고 그런 기획자가 되고 싶습니다.

-ㅅ스타그램, 트래블코드 이동진 대표님 인터뷰 中

 

 기획자들이 마음의 존재를 일깨워주고 가능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진 님의 밤레터를 읽으면 잊었던 마음이 불쑥 떠오릅니다. 마음이 말랑말랑해지고, 로봇 같이 움직이던 하루에서 한 발짝 떨어져 심장이 팔딱팔딱 뛰는 사람이 된 기분이 들어요. 저도 우진님처럼 누군가에게 잊었던 마음을 선물해주는 그런 기획자가 되고 싶네요. 저는 어떤 걸 해볼 수 있을까요? 우진님 덕분에 마음은 말랑해지고 생각은 많아지는 밤입니다.




ⓒ Choi Yesi


 그럼, 저는 다음 주 밤레터도 두 손 모아 기다려 보겠습니다.



혹시 말많고고독한디제이 차우진님의 '밤레터'를 받고 싶으신 분들은

여기서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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