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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시 Jun 29. 2018

삼십대에도 꿈을 꿀 수 있나요?

주변에 말하기 시작하자 내 꿈에 날개가 돋혔다










글을 쓰는 인생을 살고 싶어. 선배에게 처음으로 내 마음을 고백했을 때, 선배는 놀랐다. 글이라고? 광고회사를 5년 넘게 다닌 내가 어떤 면에서 보면 광고와는 관련이 없는 글을 쓰고 싶다고 하니 놀랄 만도 했다. 언젠가 엄마에게도 머나먼 꿈 얘길 하듯 엄마 사진 찍고 글을 써서 내 책을 만들면 참 좋겠다, 말했다. 엄마는 마치 내가 유치원 다닐 적에 “산부인과 의사가 될거야!” 라고 말하고 다녔던 그 때처럼, 한 시절 지나가는 꿈에 자동응답이라도 하듯 “어머! 그래 그럼 참 좋겠다” 며 가벼운 미소를 던졌다. 마음속에만 꽁꽁 품었던 꿈들을 이렇게 한 명, 두 명에게 말하기 시작하자, 그 꿈에는 날개가 돋쳤다. 내내 미련으로 포장되어 있던 꿈들이 조금씩 살아 움직였다. 책을 곁에 두려 노력하고, 출근할 때나 샤워할 때 또는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은 최대한 메모해둔다. 좋아하는 작가의 문체를 따라해 글을 써보거나 그들의 삶이 궁금해 인터뷰를 찾아본다.
  
   꿈을 이루려는 작지만 큰 노력과 함께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보면 질투와 동경의 마음이 커져갔다. 그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언제 저렇게 쓸 수 있을까, 나도 저렇게 쓰게 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유려하게 글을 써나가는 사람들을 보니, 대체로 자기 안의 이야기가 많았고 하고 싶은 말도 확고했다. 특히 타인과의 에피소드가 담긴 얘기들은 언제나 흥미로웠다. 반면에 나는 친구들과 만나 노는 것보다 혼자 사색하기를 좋아하는 성격 상, 배꼽 빠지게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는 것도, 남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난 어떤 이야기들을 글로 남길 수 있을까. 글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읽혀야 의미가 있는 것인데, 나의 이런 자아도취적 상념들이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의문에 빠졌다.





  


   과연 내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다. 다수의 타자에게 위로가 되지 못한다해도 나라는 단 한사람을 위한 치유의 글쓰기를 하고싶다. 다른 작가들처럼 주변의 것들을 더 많이 관찰하고 글로 풀어내는 지난한 연습의 과정을 묵묵히 즐기고 싶다.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글을 읽다 나도 모르게 떠올리게 되는 한 폭의 그림 같은 글을 쓰고 싶다. 겉멋에 취한 추상적인 문장보다 깔끔하고 명료하게 내 주관이 드러난 글을 쓰고 싶다. 무엇보다도 글쓰기를 통해 더 많은 나를 발견하고 더 깊이 사유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망연하게 꿈만 꾸는 것보다 이렇게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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