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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시 Nov 20. 2020

하와이에 데려다주세요, 좀





저 멀리 바다까지 훤히 내려다보이는 집의 대문을 그 애가 자연스럽게 열었다. 지금 선 대문에서 보이는 거실은 온통 하얗고 넓고 높았다. 바닥에는 하얗고 찹찹한 대리석이 반들반들하게 깔려 있고 곳곳에 에메랄드 컬러의 서핑 장식품들이 놓여있었다. 거실에서 이어진 마당에는 수영장이랑 자쿠지가 있었다. 수영장이랑 저기 멀리 펼쳐진 바다가 이어진 것처럼 보였다.

- 굿수진, <하와이, 나의 소울컨츄리>





 얼마 전, 굿수진 작가님의 <하와이, 나의 소울컨츄리>라는 독립출판물을 구입했다. 이 책은 하와이를 너무 좋아하는 작가님의 하와이 예찬기를 담은 에세이인데 오늘 점심시간에 굿수진이 하와이에서 처음 만난 로컬 남자 친구의 집에 간 딱, 저 대목을 읽다가 그만 책장을 덮었다. 와, 나도 저기 가보고 싶다. 도대체 어떻게 생긴 집일까? 뒷배경으로 바다가 흐르는 2층짜리 언덕 위의 집이라니. 하와이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어떤 풍경일지 전혀 상상이 되질 않았다. 뜨거운 햇살을 받은 와이키키 해변이며,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며, 와이키키 해변뷰를 자랑하는 숙소 같은 것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곧바로 인터넷을 켜 하와이 여행이니, 숙소니, 뷰 같은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괌이나 세부에 다녀왔던 것과 다르게 왠지 모를 활기와 젊이 느껴지는 곳. 지금 여행을 갈 수 있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티켓을 끊었을지도 모를 만큼 화면 속 풍경들에 푹 빠져 하와이라는 나라를 상상해 본다.


나는 서핑을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다. 몰아쳐 오는 파도를 보고 있는 것만도 긴장이 되는데, 파도 위에서 중심을 잡고 서 있어야 하다니. 여간 무서운 일이 아니다. 집에 오는 길에 다이어트하는 몽자의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다이어트 볼 위에서 흔들리는 네 다리를 주체하지 못해 달달달달 떨고 있었는데 아마 파도 위의 내 모습이 마치 다이어트 볼 위에 올라간 몽자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아니 어쩌면 파도 위는 커녕 파도 아래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서핑을 한다는 건 내 인생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는데 문득 저런 풍경이라면 서핑을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욕구가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려하게 파도를 약 올리는 서퍼들 틈에서 나도 멋진 포즈로 서핑을 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수진님의 말하는 것처럼, 진짜 섹시할 것 같다. 건강미가 넘쳐 대화를 나눌 때마저도 매력이 터지는 그런 모습 말이다. 수진님이 하와이에서 진짜 나를 발견하게 될 수 있었던 것처럼 혹시 알아? 나도 하와이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될지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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