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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시 Jul 06. 2018

치앙마이 여행의 8할은 바로 너!

'퇴근하다 말고' 글쓰기 모임 두 번째 글, 기억에 남는 여행기 쓰기





오랜만에 친구에게서 카톡 하나가 날아왔다. 카톡을 열어보니 다음에 여행을 오면 우리 집에 놀러 오라는 메시지와 함께 에어비앤비의 주소가 함께 도착해 있었다.


친구의 이름은 프리샤(preecha)


2년 전 홀로 떠났던 치앙마이에서 여행 첫날, 우리는 썽태우 운전기사와 여행객으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얼핏 보기에도 비슷한 또래인 것 같아 숙소로 돌아가는 내내 편하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며 친해지게 된 것이다. 그게 인연이 되어 6박 7일의 여행 기간 동안 그는 나의 투어가이드가 되어주고 나는 그에게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여행 스팟을 알려주는-그가 썽태우 운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악어와 악어새 같은 사이가 되었다.







치앙마이로 여행을 떠난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인스타그램에서만 보던 숲 속의 작은 나무집에 가보고 싶었던 것. 여행의 목적이 단 하나였기에 특별한 여행 계획 같은 것이 나에게 있을 리 없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썽태우 안에서 매일 그는 같은 질문을 했고 나의 대답은 늘 한결같았다.


“내일은 뭐해?”

“글쎄...”


마땅한 계획이 없던 나를 위해 그는 매일 나의 여행 계획을 짜주었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전직 호텔리어 출신에 현재 썽태우 운전기사이며, 투어리스트 등의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치앙마이에 오면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그 나라의 명소들을 잘 알고 있던 터였다. 프리샤를 만나게 된 건 치앙마이 여행을 하는 데 있어 크나큰 행운이었다. 혼자였다면 경험할 수 없었을 많은 일들이 있었으니까.


“그럼 내일은 도이수텝에 가자!”







다음 날 아침, 숙소 앞에는 익숙한 썽태우 대신 새로운 친구, 스쿠터가 서있었다. 어떻게 낯선 외국인의 뒷자리에 냉큼 앉았을까 신기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스쿠터를 타고 약 30여분을 달려 도이수텝에 갔다. 스쿠터를 타고 자동차 사이를 비껴가며 도로를 내달리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내 뺨을 사정없이 쳐대는 바람이, 입을 벌리면 목구멍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압력이 괜스레 기분 좋았다-시원한 라이딩을 즐겼다면 내 얼굴 위에서 죽음을 맞이한 벌레의 사체쯤은 감당해 내야만 한다-.

도이수텝은 치앙마이의 상징적인 불교 사원 중 하나로, 높이 1,677m의 산에 위치해있다. 구불구불한 산비탈을 오른 뒤 300여 개의 계단을 올라 전망대를 향했다.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솜구름들 아래로 치앙마이의 전망이 펼쳐졌다.







그날 밤, 그는 나를 치앙마이에서 가장 핫한 클럽 웜업 카페에 데려갔다. 한국에서도 클럽에 가본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인데, 프리샤 덕분에 타국인 치앙마이에서 클럽을 가게 된 것이다. 스테이지 앞, 현란한 불빛들과 자욱한 연기 사이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밀착되어 있다. 온몸에 전율이 느껴질 만큼 빵빵한 사운드의 음악에 정신없이 몸을 맡긴 사람들 사이에서 흥이라는 것이 뭔지 모르는 미동 없는 나를 발견한 프리샤.

 

깡남쓰따일~
(강남스타일 춤춰봐~!)


세계를 뒤집어놓은 싸이 강남스타일의 한류 열풍이 그에게도 왔었는지 제법 비슷한 동작을 취하며 춤을 춰보라 한다. 그럼에도 두 눈만 깜빡일 뿐 아무 미동이 없자 그는 곧장 클럽 밖으로 나가 야외 펍에 자리를 잡는다. 오는 길에 프리샤의 단골가게에서 사 온 쏨땀 한 봉지, 닭꼬치를 테이블 위에 펼쳐두고 각자 맥주 한 병씩을 주문했다. 맥주는 얼음을 넣어 먹어야 한다며 주장하던 그에게 얼음을 넣으면 김이 빠져 맛이 없다고 얘기를 건네며 각국의 문화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제법 친해진 4일 차의 어느 날, 이름 정도는 쓸줄 알아야지 않겠냐며 호기롭게 공책과 펜을 건넸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글자들을 막힘없이 슥슥 적어나가는 프리샤의 손이 낯설었다. 그의 이름을 열심히 따라그려 보았지만, 펜이 지나간 자리엔 정체모를 지렁이 세마리가 노트위에 남겨져 있었다..







다음날엔 나이트바자에서 야시장과 거리 공연을 구경했다. 숙소로 돌아가려던 참에, 데리러 와 준 프리샤가 근처에 친구의 가게가 있다며 데려가 주었다. 알록달록 예쁜 과일 모양의 비누를 파는 소품샵이었다. 우린 인사를 나눴고 프리샤와 그 친구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가게 안의 비누들을 맘껏 구경했다. 그다음 날엔 더위를 씻으러 찾은 펍에 프리샤 친구가 놀러 왔다. 반갑게 인사도 하고 2-3시간 동안 맥주를 마시며 신나게 놀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도대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의문이다. 혼자였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한 번도 외국생활을 오래 해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새로운 외국인 친구들을 만들었던 그 여행은 잊지못할 추억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공항, 프리샤는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배웅해주었다. 만약 프리샤가 한국에 놀러왔다면 내가 이렇게까지 프리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었을까?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고, 도움을 주던 친구. 그를 두고 비행기를 타고 떠나오려니 -비록 7일밖에 함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고향에 있는 가족을 두고 떠나는 기분까지 들었더랜다. 이제 떠나면 기약 없는 이별. 언제 다시 만날 지 기약할 수 없어 더 슬픈 이별이다. 내 치앙마이 여행의 8할은 프리샤였다고 할 정도로 특별한 그에게 이 글을 선물하고 싶다. (물론 보지 못하겠지만..흑)




뱀발.

쓰다보니 치앙마이가 너무 가고 싶어집니다.

곧 제가 치앙마이에 푹 빠지게 된 이유에 대해 한 편씩 소개해 드릴게요 :-)


참, 그리고 프리샤가 놀러오라며 보내준 에어비앤비 숙소를 소개할게요!

너 농담아니야? 거짓말이지? 라고 할 정도로 숙소가 너무 좋아보여서

정말 진심의 마음으로 축하해줬어요!

지금 당장이라도 치앙마이로 떠나고 싶은 기분이네요ㅠㅠ

친구네 가족이 하는 이 새로운 공간은 어떨지 너무 궁금해요!


치앙마이에 있는 내 친구 '프리샤'의 에어비앤비

https://abnb.me/iMZy69EY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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