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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시 Jul 13. 2018

우리들의 은밀하고도 사적인 기록

‘퇴근하다 말고’ 세 번째 글쓰기 모임






한 회사에서 5년 정도 다니다 보면 조금은 외로워진다. 오랜 시간에 걸쳐 친해진 사람들이 각자의 길을 향해 하나 둘 떠나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는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의 퇴사가 유독 많았다. 힘들거나 괴로웠던 일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벗들이었는데 그들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꽤나 컸다.


그렇게 공허했던 회사생활에 다시 활력이 샘솟기 시작한 건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고부터이다. 퇴근하다 말고 모임을 함께하고 있는 J와 K와 S는 모두 같은 팀이다. 매일 가까운 거리에 앉아 있어 아침에 출근을 하자마자, 물을 마시러 가다가, 회의를 하러 가다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마주치게 된다. 글쓰기는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어서일까? 그녀들을 마주치면 67명의 다른 직원들보다 괜한 애정이 더 샘솟는다.


우리는 매주 목요일 이외에도 긴급히 논의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단체 쪽지방을 열고 구석진 회의실에서 잠깐 동안의 번개 만남을 갖는다. 사실 내가 목요일까지 기다리기 힘들어서 우리가 모여야만 하는 핑계를 만든다는 건 다들 몰랐겠지? 훗.







오늘은 활력소인 그녀들을 만나는 목요일. 세번째 모임을 가졌다. 지난 두 번의 만남과는 또 다르게 이번에는 각자가 적고 싶은 주제를 정해 작성해 보기로 했다.


퇴말고에 재미를 느끼는 건 단지 글쓰기를 위한 기능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솔직한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 사람씩 알아가는-어떨 때는 글쓰기 보다 더- 쏠쏠한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자의 글을 읽다 보면 아,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하며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생각지 못한 순간에 만난 공감대로 반가움과 위로의 감정을 느낄 때도 있다.


J는 전혀 몰랐는데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음악 발견하고 그것을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였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홍대입구에 K는 타인이 모를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 혼자 간직해왔던 마음 속의 감정들을 서로 나누었을 뿐인데 우리는 서로의 마음에 격하게 공감했다.


내가 쓴 글만 해도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이십년을 넘게 가져온 습관 이야기를 했는데 그녀들은 모두 공감의 포인트가 있다며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J는 저 이 얘기 누군가한테 처음 해봐요, 라며 나와 똑같은 초등학교 시절 경험담을 들려주기까지 했다. 이런 생각 여자라면 한 번쯤 해봤을걸요?  강남구에서 그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을 법한 은밀한 얘기라며 K 특유의 물개박수를 쳤다. 내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가 있다는 그녀의 말에 글을 쓰고 싶은 이유 한 가지가 더 추가된다.

아무리 은밀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솔직하게 쓰는 순간 누군가의 공감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나의 이야기는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누군가의 이야기도 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오늘도 우린 무언가를 끄적인다는 것. 빨리 힘을 내어 글을 매듭지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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