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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시 Jul 26. 2018

생일에 괜스레 울적해진다면

혹시 당신도 나와 같은 마음이신가요?






어느덧 7월의 끝자락이다. 일 년 열두 달 중에 나는 7월에 유독 애정을 가지고 있다. 바로 내가 세상에 첫 발을 내디딘 달이기 때문이다. 붙잡을 수 없는 7월을 보내며 지나간 생일의 기억을 더듬어본다.


어떤 집이든 가족들만의 연례행사가 있을 텐데, 우리 집은 매년 각자의 생일 때마다 모두 모여 생일파티를 한다. 심지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생일이 땡, 하고 시작되는 자정에 모여 초에 불을 붙이곤 했다. 그렇게 된 배경에는 내가 아주 큰 몫을 했다. 스물한 살 때였나. 곧 내 생일이 다가오는데 1분을 남겨두고도 가족들은 모두 잠이 들어 일어날 기미가 없어 보였다. 혼자 떠들어대던 TV와 대낮처럼 해맑은 형광등을 모두 끄고 서운한 마음 한 가득 안고서 잠에 들었다. 당연히 피곤하고 잠들어야 마땅한 시간인 것을. 어렸던 나는 그것이 어찌나 서운했는지 다음날 아침에 집이 떠나가라 대성통곡을 하며 울었다. 지금 생각하면 가족들 얼굴 보기 굉장히 낯부끄럽다. 그날 이후로 우리 가족은 -특히, 내 생일에는-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12시 땡 하자마자 생일 파티를 챙겨 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일에 집착했던 나였는데, 작년부터 생일만 되면 생일파티를 하자는 가족들의 말에 손사래를 치기 시작했다. 에이, 생일파티는 무슨 생일파티야~

어렸을 땐, 생일이라고 하면 당연히 축하받아야 마땅한 것, 누군가가 나를 위해 당연히 선물을 준비해 주어야 하는 날이라 생각했다. 생일 주간이 되면 올해는 어떤 선물을 받을까 설렜고, 함께 둘러앉아 손뼉 치며 촛불을 끄고 선물을 뜯어보는 순간은 늘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황홀감을 선물해주었다.







그랬던 나에게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걸까. 매년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날이었던 생일에 나는 언젠가부터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다.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특별하게 놀기 위한 수단으로 생일을 이용했다. 그러나 세월은 흘렀고 그 시간만큼 우리가 신경 써야 할 일들은 점점 많아졌다. 일분일초가 아까운 바쁜 일상, 너무 많은 정보 속에 빠져있는 우리는 세심하게 누군가의 생일을 기억하고 챙기기 쉽지 않다. 나부터가 그렇다. 그렇게 생일은 점점 축하라는 명목 하에 관계의 거리를 실감하게 되는 날이라는 걸, 깨닫기 시작했나 보다.




모르겠다. 생일이 되면 괜스레 울적해졌다. 바쁘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을 많이 쏟았던 사람에게 축하받지 못할 때는 -그러고 싶지 않은데- 나도 모르게 서운한 마음이 흘러내렸다. 그래서일까, 누군가 내 생일을 기억해줄 때면 감사한 마음은 배가 되었다. 하루 중 잠깐이라도 나를 생각하는 시간을 내어준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취향을 가늠해보고 그에 어울리는 선물을 찾아 헤매고 건네어 준다는 것. 그 마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래서 올해는 가족들에게 생일 파티를 받는 대신 내가 직접 생일 파티에 가족들을 초대했다. 특별하게 마련해준 그들의 시간을 맛있는 음식으로 보답했다.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매 생일 때마다 조금은 울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전히 내 곁에 남아 나를 생각해주는 이들에게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나 또한 소중한 사람들의 생일에는 꼭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자는 마음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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