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시 Aug 06. 2018

탕수육 한 그릇 속에







저녁 식사 시간이라기엔 조금 늦은 시각. H와 나는 탕수육을 두고 마주앉았다. 생각해보니 함께 먹는 첫 탕수육이었다. 누군가와 탕수육을 처음 먹을 때 으레 그렇듯, 그가 조심스레 내게 묻는다.


“부먹이야, 찍먹이야?”

“난 부먹!”

“난 찍먹인데.”


어떤 음식을 먹든 소스맛에 먹는 걸 좋아하는 나는 소스를 부어먹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에, 튀김이 눅눅해지는 것이 싫다는 이유로 그는 찍어 먹는 것이 좋다고 했다. 탕수육에 있어 그는 나와 정반대의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껏 서로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인정하고 서로의 세계를 품어줄 수 있는 만남을 바랐다. 누구 한 명이 다른 한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좋아하는 각자의 취향을 거침없이 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만남.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찍먹이라는 그의 대답은 그가 살아온 인생, 그 자체였다. 서로 다른 취향을 공유하는 건 원했던 것, 그 이상으로 짜릿했다.


그는 내 대답을 듣고는 천천히 탕수육의 절반에 해당되는 부분에 소스를 붓는다. 절반은 그가 찍먹을, 절반은 내가 부먹을 할 수 있도록. 그 작은 탕수육 한 그릇 속에 그와 나의 세계가 공존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일에 괜스레 울적해진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