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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시 Aug 22. 2018

달항아리 아저씨가 보낸 메세지

TBWA 카피라이터 김민철 작가의 신작 <하루의 취향>






나는 작가의 문체에도 취향을 탄다. 취향에 걸맞은 문장은 단숨에 읽어나가면서도, 그 문체에 조금만 어긋나기라도 하면 그 책, 아니 정확히는 그 작가와는 이별과 재회의 과정을 통과의례처럼 거쳐야 한다.


그런 나에게 취향저격하는 작가가 몇 있다. 신작이 나오면 꼭 찾아서 읽어보게 되는 작가들. 김민철 작가는 그 중에 한 명이다. 어렴풋이 떠올려 보건데 대학교 시절 카피라이터를 잠시 꿈꿨을 때 알게 된 TBWA 카피라이터. 박웅현 CD님과 한 팀으로 유려한 광고 카피들을 탄생시킨, 수많은 광고쟁이들의 롤모델 카피라이터. 그녀의 신작이 나왔다. 우리 회의나 할까부터 이 책까지 그녀의 모든 책, 총 네권을 읽었는데 나는 그중에 어떤 책이 가장 좋으냐 물으면 바로 이 책이라 답할 것 같다.







하루의 취향.

카피라이터 김민철, 혹은 옆집 언니 김민철의 취향에 대해 한 꼭지씩 읽어내려가며 그녀만의 단단한 자아와 신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집값이 오르길 기다리며 사는 삶보다, 망원호프 주인장 두 명의 취향이 오롯이 담겨진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이라거나 사람들이 으레 생각하는 안사람과 바깥사람의 정의를 파괴하고 자신의 생각대로 소신있게 사는 모습들은 주위의 시선 말고 내가 가치있게 여기는 삶에 대해 다시금 자문하게 했다.





담백하면서도 툭툭, 던지는 유머러스한 문체 덕분에 책을 읽으며 헛웃음을 치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어이없고 이런 사람이 있다니 싶었던 부분은 도자기 공예 수업에서 만난 달항아리 아저씨였다.

도자기 공예로 만들어진 결과물에 관대한 작가와는 달리, 달항아리를 만들고 싶어 수업을 듣게 된 아저씨는 몇 년째 딱 하나의 작품만을 만들고, 나머지 달항아리들은 만드는 즉시 다시 부숴 처음부터 시작하는 지난한 연습의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난 사람들에겐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이 있고, 그 재능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더 빠른 성공으로 향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왔다. 효율적인 인생의 소비가 아닐까 하고. 재능이 없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바보같은 짓이 아닐까 하고.


달항아리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몇 년 동안 달항아리만 빚었다면 어느정도 모양새를 갖췄을 것이다. 그런 달항아리를 부수고 계속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아저씨를 보며 난 너무 재능과 성공을 쉽게 바란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삶을 살아낸다는 건 달항아리처럼 빚어내는 것과 같다. 수련과 수련과 수련의 연속. 재능이 있든 없든 간에 시간의 틈에서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우린 언젠가 멋진 달항아리를 빚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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