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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시 Dec 21. 2018

동그라미의 꿈

네모가 없는 세상을 꿈꾸며






초등학교 때 노래방에 가면 늘 부르는 노래가 있었다. ‘네모의 꿈’ 온통 네모난 세상 속에 살고 있지만 그건 어쩜 네모의 꿈일지도 모르며, 둥근 마음을 잊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노래. 그때는 네모네모네모네모를 주구장창 불러대는 그 노래가 너무나도 우스꽝스러워 친구들과 장난치며 장난스레 자주 불렀던 것 같다.



어린 시절과 다르지 않게 나는 여전히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네모난 거울을 보고 네모난 문을 열고 네모난 전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 네모난 핸드폰을 보며 피로를 달래고 네모난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하다가 네모난 공책에 그날의 생각들을 적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렇게 네모의 꿈이 열심히 실현되고 있는 세상이지만 나는 어쩐지 네모보다 동그라미가 좋다. 아니 더 자세히 말하자면 각이 잡혀 쉽게 흐트러질 수 없는 딱딱함보다 어디로든 쉽게 굴러갈 수 있고 모양이 변할 수 있는 그 유연함이 좋다.



어느 순간부터 ‘이러다 나는 로보트가 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자주 들기 시작했는데, 일상의 매일을 반복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전화를 받으며 보내고 있자니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 수 밖에. 늦은 새벽까지 가동되던 공장의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마음껏 흐트러지고 다양한 모양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그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동그라미의 세상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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