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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시 Oct 07. 2018

잠시 쉬어갈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해

한수희 작가, <아주 어른스러운 산책>






 몇 개월 전에 배터리가 고장이 나서 보조배터리를 아이폰과 한몸처럼 가지고 다녔다. 충전이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 폰처럼, 밥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사람처럼, 글을 쓸 때에도 머리와 손을 움직이게 해주는-잊고 있던 기억이라던지 감정같은 것들을 내 안에 되살려주는- 동력이 필요하다. 그때마다 나는 한수희 작가의 글을 찾아 읽었다.


 얼마 전 그녀의 신작이 나왔다. 책을 사두고는 한 달 정도는 업무에 함몰되어 책은 그대로 방치됐던 것 같다.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을까, 퇴근을 해도 떠나지 않는 일 생각에 하루종일 압박감에 시달렸다. 24시간 업무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찬 머리를 몽땅 내 몸에서 떼어놓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 그 때문에 한참을 무기력증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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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정신을 차린 요즘 다행히 북클럽 회원님들 덕분에 잊고 지냈던 이 책을 집었다. 작년에 읽었던 임경선 작가의 교토여행 에세이에서 보고 느꼈던 교토만이 간직한 전통과 그들의 자존감, 가치관들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함께 책을 읽었던 S에게 얘기했지만 ‘나 자신에 대한 정직한 글을 쓰고 싶다’는 문장을 읽고 이 책에 대한 나의 오해는 단숨에 풀렸다.



 일 년에 꼭 한 번씩은 교토에 가기 의해 적금을 붓고 있다며 바쁜 일상에 작은 여유를 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꼬박꼬박 일정한 시간을 맞춰 달리는 버스기사 아저씨들을 보며 어떻게 저렇게 팍팍한 삶을 살고 있을까, 라며 생각해 왔었는데 사실 알고보면 내 모습도 그와 다를 것이 없었다. 치앙마이 여행을 다녀온 후부터 여유로운 삶을 찬양해왔지만 정작 일을 시작하면 내 몸과 마음은 경직되었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여유로움을 선물할 수 없다. 그녀의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여유로움을 품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보자고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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