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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시 Aug 27. 2018

나는 오늘도 출근을 한다

6년간 통근길에 단련하는 인생의 기본기






우리 집은 평촌에, 회사는 언주로에 있다. 출근 시간만 도어 투 도어 약 1시간. 퇴근시간까지 합하면 하루에 2시간 이상을 길거리에서 보내는 셈이다. 그럼에도 6년 여의 시간 동안 굴하지 않고 난, 통근을 선택했다. (사실 혼자 사는 것이 무서웠던 건 안비밀)








매 통근 시간은 지옥과 천국을 넘나든다. 내가 타는 역에서 앉을 수 있는 확률은 하늘의 별따기. 가끔 운이 좋을 때면 인덕원역이나 과천정부청사역에서 내리는 사람의 빈자리에 날쌘 걸음으로 착석을 할 수 있다. 그런 날엔 잠깐이라도 몸에 힘을 빼고 눈이라도 붙일 수 있으니 출근하는 발걸음도 가뿐하다. 하지만 7시 16분에 가까스레 전철에 몸을 실을 때면 이미 전철은 지옥행을 달리는 중. 정신력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히 들어선 출근러들 사이에서 온몸은 긴장 상태에 돌입한다. 발가락과 배에 잔뜩 힘을 주고 균형을 잡아보지만 몇분 지나지 않아 손잡이에 치렁치렁 매달려있는 날 발견한다. 다시, 없는 힘까지 쥐어짜내 온 몸의 균형을 바로잡아본다. 출근하는 1시간 반 동안 나홀로 균형과 불균형을 지독하게 반복한다. 가방엔 무슨 돌덩어리들이 들었는지 바닥에 내던져버리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니지만 다시 한 번 가방끈을 부여잡아본다. 입 밖으로 쏟아져 나오려는 온갖 비속어들을 꾸역꾸역 삼켜내느라 머릿 속은 분주하다. 그 중 가장 힘든 일은 출근 시간 한 시간 전에 기상하는 일이다. 일분 일초가 아까워 신입사원 시절과는 다르게 밥보다 잠을 선택한다. 4년차 쯤엔 한동안은 피곤과 나태에 쩔어 서슴없이 지각을 했지만 다시 한 번 노지각을 위해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내 안의 다양한 감정들이 난무하는 통근시간은 그럼에도, 나에겐 기초체력을 다지는 일과 같다. 일본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매일 달리기는 하는 것, 혹은 가수 이선희가 매일 아침 혀스트레칭을 하는 것처럼. 나는 출근을 하며 매일 아침, 인생의 기본기를 단련시킨다. 편안함에 대한 욕망과 사회적으로 약속된 책임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나를 붙들고, 분출하려는 본능을 제어하는 일. 매일이 괴롭지만, 그 괴로운 출근길을 오르며 난 오늘도 내 안의 다양한 감정들을 다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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