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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시 Sep 10. 2018

엄마 잔소리에 대처하는 능구렁이 자세






나는 방정리에 정말 취약하다. 퇴근 후 벗은 옷을 눈에 보이는 곳에 무심코 던져두거나 가방에 있던 물건들을 모두 책상 위에 흐트러트린 채 출근하고는 몇일째 그 자리를 유지하다 결국, 참다 못한 엄마가 치우는 일상이 반복되는 식이다. 아마 미우새에 나오는 서장훈이 내 방을 봤다면 눈살을 찌푸리며 도망갔을 정도.




몇일 전에도 어김없이 정돈되지 않은 내 방을 본 엄마의-이젠 몸 속에 녹음이라도 되어 있을- 음성이 또다시 플레이된다. “제발 방 정리 좀 해, 어제도 셔츠가 그대로 널부러져 있었어~~~!!”

이번엔 억울했다. 난 어제 그 셔츠 잘 걸어둔 것 같은데!! 내가 정말 그런 것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번 일은 내 잘못이 없다는 걸 확신하고는 웃으며 대답했다.

엄마 그거 바람이 그런거야. 가을이 왔다고 인사하고 갔나봐~~




어이구~ 잘도 지어낸다며 엄마는 실소를 날리며 못믿겠다는 듯, 한 방을 더 날린다. “무슨 소리야~ 바지도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어~~”

앗차, 셔츠와 바지라... 곱씹어 생각해보니... 어제 내가 벗어두고는 피곤하다며 방을 그대로 나와버린 게 문득 생각이 났다. 모른 척 하며 다시 대답했다.

아 그거~ 걔가 거기 누워있고 싶대~ 피곤하대~~









평소에 엄마 잔소리라면 잔뜩 표정이 굳어서는 뾰루퉁해져버릴 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실실거리며 말하고 있는 모습이 웃겼는지 엄마는 연신 피식피식 웃으셨다.

“어이구 이제 다 컸네. 엄마 잔소리도 받아치고~~” 팩 토라져 엄마도 나의 마음도 상했을 순간을 유쾌하게 웃으며 넘겼다.




나는 왜 그동안 내가 잘못했는데도 엄마 잔소리라면 표정부터 일그러졌을까. 이렇게 능구렁이 같은 방법이 있는걸^^ 앞으로 유용하게 써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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