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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시 Oct 01. 2018

어김없이 우리는






매년 명절이 되면 우리 가족은 어김없이 떠난다. 마냥 즐겁거나 혹은 귀찮았던 여행이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건 작년부터였다. 매번 부모님이 가고싶은 곳으로 떠났던 과거와 다르게 (이제 언니는 또 다른 가정을 꾸렸으니) 모든 계획은 나의 숙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디로 떠나야할지, 그곳에 가서 무엇을 하며 놀지, 또 어떤 음식을 먹을지 회사 업무 외 또 다른 업무가 눈앞에 놓여있는 듯 해서 명절이 다가올라치면 (오바 좀 해서) 압박감을 느꼈다.




이번 추석에도 어김없이 한 달 전부터 고민은 시작되었다. 내가 운전을 못하기 때문에 최대한 교통 체증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깝고, 가을의 자연을 흠뻑 누릴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싶었다. 문득 얼마 전 혼자 떠났던 춘천행 버스에서 만났던 강촌길이 생각났고 우린 그렇게 1박 2일 춘천 여행을 떠났다.






명절인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교통 체증 없는 거리에 파아란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솜사탕들, 적당한 산책과 적당한 액티비티가 어우러져 심심하지도 벅차지도 않는 딱 좋은 여행. 이동 시간, 날씨, 코스 모든 게 완벽했던 여행이었다.


엄마는 낭만에 젖어 강촌에 도착하자마자 처녀 시절 통기타를 치며 친구들과 함께 놀던 추억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렇게 아빠한테 춘천엘 가자며 졸라도 아빠는 ‘무슨 숨겨둔 애인이 있나~~’ 대답했다며 흘끗거리시기도 했다.


세부 여행 이후로 부모님이 그렇게 신난 모습은 또 오랜만이었다. 너무 좋다아~~ 를 연발하시며 마치 어린 아이의 개구진 표정의 부모님을 보며 역시 함께 떠나오길 잘했구나, 생각했다. 뿌듯뿌!


돌아오는 차 안, 엄마는 상기된 표정으로 우리에게 묻는다. “다음 명절엔 경주 어때??*^^*?”


.


부모님과 여행을 간다고 하면 주변에서 “또 부모님이랑 가?” 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은 내가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 부담스러울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두 분의 손을 잡고 떠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꼭 여행을 떠나서 좋은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볼 때면 부모님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빠 이거 좋아하시겠다. 엄마가 역사 저 노을을 보면.” 하고는 다시 함께 와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 결혼을 하고 나서 남편과 부모님과 함께 저 멀리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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