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 6년 차의 방황기 <불안했던 날들의 기록>
epilogue)
나는 광고회사 6년 차 대리이다. 한 곳에서 꽤 오랜 경력을 쌓아왔던 현실과 다르게 난 지난 3년간 매일을 불안에 시달렸다. 누군가 '요즘 행복해요?'라고 물으면 "행복이 뭐예요?"라고 반문했고, 나의 현실을 모두 부정하기 바빴다. 자꾸 타인과 나를 비교하게 됐고 그럴수록 나는 깊은 수렁에 빠졌다. 어둡고 긴 터널을 오랜 시간 걷다가 드디어 올해, 그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방황했던 지난 시간들,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의 변화들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언젠가 어두운 터널을 또 마주하게 됐을 때 지금 이 시기를 떠올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해본다.
매해 연말이 되면 가장 먼저 약속을 잡는 사람이 있다. 바로 지선, 그녀와는 (정확하지 않지만) 5년째 연례행사처럼 연말이 되면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다가올 새해를 계획하는 인터뷰 시간을 갖는다. 해마다 인터뷰 질문은 비슷하다. 한 해 동안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목표했던 일 중 성취한 일, 다가올 새로운 한 해를 위한 계획 등을 1시간 동안 각자 적어보고, 그 후의 시간은 서로가 서로의 인터뷰이가 되어 기록을 남겨준다. 2018년의 인터뷰를 하기 앞서 지난 기록들을 찾아보았다. 그 간의 기록 속에는 방황과 혼란스러움만 가득했던 흔적들이 남겨져 있었다.
Q. 올해 아쉬웠던 점이 있나요?
A. 요즘 괴리감이 많이 들어요. 분명히 제가 하고 싶은 일들과 맞닿아 있는데 제가 맞는 길을 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2017년에는 꼭 저의 길이 무엇인지 결정해서 흔들리지 않는 게 목표예요!
<2016년 12월 인터뷰 중..>
어느 순간부터 나는 다가올 미래가 기대되지 않았다. 1년 뒤에도, 2년 뒤에도 나는 같은 모습으로 멈춰있을 것만 같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에 대한 확신보다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이 저 언덕 너머에 있지 않을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호기심이 일렁였다. 나만이 가진 고유한 강점들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강점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버리고, 부족한 부분들만 눈에 띄는 것 같았다. 누군가 광고에 대해 물으면 나와는 너무 먼 일처럼 느껴졌고, 대학교 때부터 광고만 보고 한길만 달려온, 광고를 사랑하는 사람들 틈에서 광고라는 업은 내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출구를 알 수 없는 미로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나는 꽤 오랜 시간 어둠 속에서 길을 헤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