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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사실 처음엔 말야

광고인 6년 차의 방황기 <불안했던 날들의 기록>

by 예시






#02 사실 처음엔 말야


2012년 12월, 지금 다니고 있는 이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를 하게 됐다. 졸업 후 잠깐 일했던 회사와는 다르게 유쾌할 뿐만 아니라, 젊은 조직 속에서 사소한 행복들을 나누며 일하는 사람들을 보며 회사 내에서의 모든 순간들이 감격스럽고 행복했다. 전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리액션 담당이었던 나는, 유쾌한 회사의 문화 속에서 특유의 하이톤을 자랑하며 밝고 명랑한 회사생활을 했고, 내가 맡게 되는 모든 업무들은 신기함 그 자체였다.




인턴 때 맡았던 첫 프로젝트는 '처음'이라는 특별함 때문인지, 하고 싶던 일들을 마음껏 해봤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내겐 그리운 애정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바로 전 세계적으로 Korea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명소, 남산 N서울타워이다.



너무 오랜 세월이 흘러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6년 전의 N서울타워는 내국인들의 방문율을 높이고자 러브마크로 브랜딩 하길 원했다.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메인으로 운영하며, N서울타워 곳곳의 숨겨진 매력들을 빠짐없이 취재하여 사람들에게 알려주었고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에서는 연인들을 겨낭한 사랑 관련 콘텐츠들을 만들었다. N서울타워는 공간의 특성상, 주말 근무가 다른 브랜드에 비해 많았다. 주말엔 야외 행사가, 각종 Day엔 이벤트, 심지어 새해에는 일출을 보며 떡국을 먹을 수 있는 행사 스케치를 담기 위해 새해를 오롯이 프로젝트에 바쳐야만 했다. 2012년 12월 31일 밤, 나 포함 TF 3명은 회사에 모여 새해를 맞이하는 제야의 종소리를 함께 듣고 밤을 꼴딱 세운 뒤, 카메라에 일출을 담으러 빙판이 꽁꽁 얼어있는 비탈길을 올라 전망대를 다녀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잦은 외부 스케줄에 힘들었을 법도 한데,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그 시절 난 그 모든 순간들이 늘 즐거웠다. 내가 하는 일들이 모두 너무나 뜻깊었고, 내가 만든 콘텐츠에 인터랙션을 해주는 사람들, 연인을 소환하며 N서울타워를 가자고 조르는 댓글들을 보면 내가 이 브랜드에게 아주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는 것 같아 마냥 신이 났었다.



3년 동안 불안의 늪에 빠져있던 나에게도 일을 사랑했던 순간이 있었다. 처음부터 불안이 내 인생을 덮쳤던 것은 아니었다. 칼퇴가 보장되는 회사임에도-지금도 특히, 인턴들은 5시에 꼭 칼퇴를 시키려고 한다-, 빨리 퇴근하라고 압박하는 선배들 틈에서 꿋꿋이 배우고 싶은 것들을 먼저 찾아보고 콘텐츠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자발적 야근을 서슴지 않았던 내가 그 시절 속엔 남아 있다. 그랬던 나는 왜 생각지 못한 미로를 걷게 된 것일까? 어떤 순간들이 일의 즐거움을 앗아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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