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그런 여행을 하고 있지는 않나요?
"예습해서 예정대로 돌아다니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80년대 이후 급속하게 늘어난 것 같다. 그러한 삶의 방식이 '실패하지 않기 위한 예습' 여행방식에도 반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후지와라 신야 <인생의 낮잠> 중
여행을 떠날 때면 여행에 들이는 비용 대비 만족감이 큰 여행을 위해 가고 싶은 장소에 대한 리스트를 쭈루룩 뽑아두고 나서야 여행을 떠나곤 했다. 그래서였을까. 맛있는 음식을 먹어 입이 즐겁고, 환상적인 풍경을 보니 눈이 즐겁고, 그 예쁜 풍경은 사진으로 남아 마음까지 즐거웠으나 교토여행을 되돌아보면 늘 허전했다. 로쿠로쿠에서 정원을 바라보며 먹던 조식도, 황홀지게 내려앉던 노을도, 그저 그때 뿐. 지나가는 감동과 순간의 즐거움으로 허무함만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만난 책이 후지와라 신야의 <인생의 낮잠> 이었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여행도 "실패하지 않기 위한 예습"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닐까 생각됐다.
좀 더 아무생각 없이, 그 어떤 의미도 두지 않은 채 어떤 공간으로 훌쩍 떠나보고 싶다. 있는 그대로의 그 자체의 삶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