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시 쓰는 아이였다
학교에서 오지 않는 형제를 기다리며
일 하러 갔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들어오는
아빠를 기다리며
어느 날 커다란 여행가방을 들고 나가
몇 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며
그렇게 누군가를 기다리며
그리워하며 시를 썼다
쓰고 쓰고 또 쓰다보니
빈 다이어리 한 권이 꽉 차고
시로 가득 찬 다이어리가
두 권이 되고 세 권이 되고
쌓여 갔다
그렇게 차곡 차곡 책장에
쌓아둔 게 일기장이었을까
시였을까
아니면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이었을까
문득 궁금해져서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사라져서
보이지않는 내 시집처럼
아무것도 없는
공허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