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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를그리다 Jul 09. 2024

한국이 아시아 최초 다문화국가라고?

다문화는 하나의 사회 현상이 아니라 우리나라 그 자체다.

 “요즘 어디에서 일하세요?”
 “초등학교에서요.”
 “초등학교에도 한국어 선생님이 있어요?”
 내가 초등학교에서 일한다고 하면 10명 중 9명이 초등학교에도 한국어 선생님이 있는지 반문하곤 한다. 한국에 꽤 많은 외국인과 다문화 가정이 있다고 대충은 알고 있으면서도 대부분의 신도시에 사는 사람, 혹은 아이가 초등학생이 아니라면 요즘 초등학교에 다문화 가정이나 외국인이 얼마나 많은지 잘 모르는 게 사실이다.

 나조차도 초등학교에서 일하고 나서야  다문화 가정이 생각이상으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2021년 내가 사는 인천시 다문화 가구는 27,075 가구로 전체 대비 2.2%를 차지하였는데 이는 2020년 대비 6.4%나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국내 거주 외국인 수도 10만 명으로 2020년 대비 1.2% 증가했다. 이것은 인천시 인구의 3.4%에 해당하는 수치로 전국 3위에 해당한다. 4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외국인 수는 5%를 넘어서 아시아 최초 다문화,다인종 국가가 되었다.

 얼마 전 신문에 영등포 어느 학교의 외국인, 다문화학생이 90%가 넘는다는 글까지 실린 것을 보면 국내 외국인 수가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분명 한국 공립학교인데 100% 한국인이 거의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면서도 앞으로 이런 학교가 더욱더 늘어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열의 아홉이 초등학교에 한국어 강사가 왜 있는지 모르는 것처럼, 사람들은 다문화에 아직 크게 관심이 없는 듯하다.
 학교에서 한국어를 직접 가르치면서 현장에 있다 보니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다문화 교육이 필요하단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내 아이의 학교에 다문화 혹은 외국인이 얼마나 있는지, 내 아이는 그 아이들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면서 지내고 있는지 학부모도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부모나 어른이 먼저 제대로 된 이해와 관심으로 앞으로 이 사회의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어떻게 대처할지를 인지하지 않으면 미래에 한국이란 나라의 뿌리와 민족성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수업하는 학교의 아이들은 대부분이 중국계 아이들이다. 예전에는 조선족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100%한족인 중국인의 국내 이주도 꽤 되는 편이다. 그 친구들은 학교에 와서도 자신이 편한 모국어인 중국어로 대화를 하고 중국어가 되는 친구들끼리만 친구가 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보인다. 그만큼 중국계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선생님, 저는 한국어 교실에만 계속 있고 싶어요.”
라고 말한 아이의 속내를 보면 그 이유를 잘 알 수 있다. 그 아이는 굉장히 활발하고 똑똑한 아이인데 원적 학급에서는 거의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앉아있는다고 한다. 한국어가 서툴기 때문에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가도 깊은 대화까진 이어지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친하게 지내보려던 한국인 친구들도 결국
 “너랑 말이 안 통해서 안 되겠다.”
라며 배척아닌 배척을 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사이가 멀어졌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아이들은 자신의 교실에선 은따가 되어버리고 자신과 말이 잘 통하는 아이들이 모여있는 한국어 학급에 와서야 신나게 속마음도, 하고 싶은 말도 마음껏 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어 학급에서 아이의 한국어 능력의 향상을 위해 모국어 사용을 최대한 자제시키지만 교실에서 입도 뻥긋하지 못했던 그 마음이 얼마나 답답했으랴 생각하면 또 마냥 모국어 사용을 금지하기 편치않아 어느정도 허용을 하게 되었다. 모국어 사용이 잦을수록 아이의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이런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앞에서의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다문화 교육을 조금씩 시키고 있지만 그것만으론 서로를 이해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수로 구색만 갖춘 정도이고, 왜 다문화 교육을 받아야 하는지 이유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냥 하나의 수업으로만 받아들이는 교사와 학생, 또는 학부모들의 인식도 한몫 할 것이다.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학업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학업에 뒤처진 아이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힘들다. 의사소통의 한계로 또래와의 사회성이 부족해지니 사회에 나가서도 제대로 능력을 펼치기에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물론 이는 개개인의 학습차이도 있고 한국인이 해외에 나가더라도 언어적인 문제로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외국인이나 다문화에 대한 인식과 우리나라 국민의 인식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아직까지 단일민족이라는 자부심이 강한 대한민국에서는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숙이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이 들어와 있고 많은 인구를 차지하고 있는지 그에 대해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아직 그들을 낯선 이방인으로 생각하고 배척하거나 무관심한 경우가 훨씬 많다. 지금도 대부분의 교실에서는 나도 모르게 그들과 나를 구분 짓고 편을 나누고 있다. 이것은 대한민국에 사는 수많은 민족을 나누고 구분 지어 흩어지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되는 이유다.
 단일민족이라는 특성은 2002년 월드컵 때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붉은 악마가 되어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어디에 있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자부심과 애국심으로 뭉칠 수 있는 화합의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다문화와 외국인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 나라에서, 지금과 같이 다문화 가정이나 외국인가정이 대한민국에 흡수되지 못한 체 구분 지어지고 차별받게 된다면 몇십 년 후 한국은 과연 나라가 어려울 때 화합이라는 것을 이루어 낼 수 있을까?
 저출산과 독신증가 등의 이유로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작금의 시대에, 이제 다문화는 더이상 하나의 사회현상이 아니다. ‘편견을 버리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2024년 아시아 최초로 다인종, 다문화 국가에 접어든 지금, 제대로 된 중장기적 다문화 정책을 만들어 대한민국 자체를 다문화 국가로 이해하고 국민 모두가 편견 없이 하나가 되어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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