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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커피 Sep 04. 2023

바디프로필 도전 마지막

  사진작가 앞에서 민망하지 않으려면 이런저런 포즈를 연습해야 된다고 남편이 사뭇 진지했다. 뭐든 글로 배우고 학습하는 체질인 남편은 이번에도 열심히 공부한다. 서로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어깨 각도를 돌리다가 허리 삐끗했다고 난리 치며 웃는다. 


  성격이 원래 누구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지라 어색했다. 하지만 이런 일에 익숙한 듯 작가는 자연스러운 자세를 잘 도출해 내어 주었다. 지칠만 하면 농담을 던지며 웃음을 유도해 주고, 적절한 타이밍에 셔터를 눌러주어 제법 괜찮은 사진들이 많았다. 


  먼저 둘이서 커플사진부터 찍었다. 미리 연습을 해서 그런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전문 스튜디오라 여기저기 컨셉을 갖춘 방과 소품들이 있어 편안하게 연출할 수 있었다. 


한 컨셉찍고 옷 갈아입고 하다 보니 이 일을 업으로 삼는 모델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제 두 번하라 하면 못할 것 같았다. 커플 바디프로필을 마치고 이제 남편 독사진을 찍었다. 안 하겠다고 난리 치더니 이제 스스로 알아서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포즈를 잘 취한다. 그런 남편이 기특하다.


  두껍던 안경을 벗어던지고 잘 차려입은 남편이 사진 찍는 모습을 보니 그와 함께 한 시간들이 스치고 지나간다. 


신혼 때에는 살아온 배경이 달라 티격태격 싸우기도 많이 했다. 가난했던 미국에서의 포닥생활, 큰 아이를 낳았을 때 기뻐서 내 손을 잡고 만세를 불렀던 시간, 해마다 생일이면 끓여준 미역국이며 두 아이를 키우며 함께 넘은 희로애락의 고개들, 함께였기에 기쁜 일은 더하기가 되고 슬픈 일은 나눌 수 있었다.



    사이사이 보이는 새치머리에 그의 고단함이 보이지만, 지금 열심히 무언가 집중하고 있는 남편은 여전히 멋있다. 


청춘은 인생의 어느 시기를 뜻하지 않고 삶을 대하는 자세를 이야기하는 것이라 했다. 우리는 지금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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