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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트커피 Sep 01. 2023

K 50대 건강

 바디 프로필 도전 3

혼자 시작이 엄두가 안 나서 남편까지 끼워했더니 이제 정말 끝을 봐야 할 판이었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이 재밌어지고, 활력을 느끼게 되었다.


 운동이 어느 정도 진행이 되고, 남편도 몸무게 앞자리의 숫자가 바뀌고 점점 딴딴해지는 몸을 느끼면서 활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오후가 되면 쉬이 피로해졌는데 예전에 비해서 집중력도 더 생겼다며 신기해했다. 체력이 좋아지니 인생 후반기에 들어서며 우리는 두 번째 청춘을 맞이한 듯하다.     


   3개월가량의 강도 높은 운동과 식단으로 목표한 수치에 가까워져 오면서 슬슬 사진을 찍을 스튜디오를 알아보았다. 성격 탓도 있겠지만 젊은 친구들의 트렌드만을 쫓고 싶지 않아 우리가 원하는 컨셉이 무엇인지 고민부터 했다. 무엇을 남기고 싶은 것인지, 간직하고 싶었던 우리의 순간은 무엇인지 그것을 생각해서 의미 있는 한 컷을 찍어보자 했다.


   인터넷상에서 찾아본 스튜디오들은 한결같이 근육질의 벗은 몸매를 선호했다. 그러니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과는 맞을 리가 없었다. 50대의 동년배들은 대부분 건강을 위한 운동을 하다 보니 바디프로필을 참고할 만한 자료들이 많지 않았다.

 

   25년 전 우리가 결혼을 할 때도 박사과정 중이었던 바쁜 남편 때문에 웨딩촬영을 대충 한 기억이 있다. 실험하다가 급하게 나와 제대로 준비도 못했고 실제로 만나 연애한 기간이 길었던 것도 아니어서 손잡고 찍는 것도 우리에겐 설레고 어색했던 기억이 난다.


바디프로필의 컨셉을 잡기 위해서 우리는 각자 많은 관련 사이트들을 찾아보고 원하는 사진들을 모았다. 민망한 포즈들은 일단 배제하고 젊은 세대가 갖지 못한 유연함과 자연스러움을 컨셉으로 찍자고 했다.


  어떠한 컨셉으로 찍을지가 정해지니 그에 맞는 의상을 준비해야 했다. 강의한다고 늘 입고 다니던 묵은 양복 말고, 요즘 트렌드의 깔끔한 정장을 구입했다. 아이들 옷은 철마다 사게 되는데 남편 정장은 참 오랜만에 사 보는구나 생각이 들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상의는 벗고, 그냥 양복 겉옷만 걸치고 탄탄한 근육을 자랑해 보자 이야기하며 서로 웃었다. 브랜드 로고가 선명히 찍힌 속옷도 샀다. 민망해하면서도 몸이 좋으니 입어야 될 거 같아라고 하니 수줍은 스무 살 청년처럼 남편이 웃었다. 덩달아 나도 남편의 새 양복에 어울릴만한 검은색 예쁜 드레스를 샀다. 정말 리마인드 웨딩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하며 우리는 오래간만에 행복한 쇼핑을 했다. 정장 콘셉트 외에 캐주얼한 느낌의 사진도 찍어보자 해서 청바지와 청치마를 입고 상의는 흰 면 티셔츠도 도전해 보기로 했다.


  찍고 나서 한참 후에 돌아보니 그때 좀 더 과감하게 입고 찍어볼 걸 혼자 후회도 했다. 젊은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힘들게 고생해서 몸을 만들어 자신의 작품사진을 남기는데 어린아이들도 아니고 산전수전 다 겪은 나이인데 아직도 쑥스럽고 민망하다니~.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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