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고래를 만만하게 보지 않는다
대화의 기술
일상생활에서 누군가를 만났을 때 우리가 여지없이 하게 되는 행위, 바로 대화입니다. 대화는 내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상대방의 의도를 알기 위해서도 중요하지요. 이 과정을 통해 내 뜻이 잘 전달되어 원하는 바가 잘 흘러가기도 합니다. 반면 오해가 일어나 상대방과 갈등이 생길 때도 많습니다.
마주 대하고 이야기를 주고받았을 뿐인데 어떤 대화는 충만한 기쁨으로 하루 종일 즐겁기까지 합니다. 또 어떤 대화는 짧더라도 x 밟은 기분이 드는 걸 보면 대화의 기술은 참 중요합니다.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니까요.
매사에 정확하고 똑 부러지는 남편은 시시비비를 많이 가립니다. 하는 일도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이니 어쩌면 자연스레 몸에 밴 태도일 겁니다. 그래서 남편과 이야기를 할 때면 높고 높은 벽을 마주한 느낌이 들 때가 가끔 있답니다. 이전에는 망치를 들고 이 벽을 깨 볼까도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냥 ‘당신은 벽이구나.’ 생각하고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맙니다. 인정을 하고 나면 왠지 마음이 허전합니다. 완전 남이 아니라 남편이니 기대감이 있어 서운한 게지요. 그 간극을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니까요. 이 ‘간극’ 또한 대화를 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질 수도 있을 겁니다. 여전히 노력 중이고요.(많이 힘듭니다^^)
가까운 지인들 중에 거리낌 없이 자신의 의견을 직설적으로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나와 달라서 놀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말하죠. 이렇게 생각하는 감정들을 그때그때 다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건강하냐고 말입니다. 또 덧붙입니다.
‘나는 뒤끝은 하나도 없어. 앞에서만 이렇게 얘기하지, 뒷담화 하나 없고....’
특히 이런 이야기가 누군가의 외모에 관한 이야기일 때는 많이 불편합니다.
‘쟤는 피부가 귤껍질 같네, 요즘 의술이 얼마나 좋은데, 그리고 저렇게 게으른 사람들이 살찌는 거 알지?’
사실 그 친구는 엄청 부지런한데 말이죠. 단지 먹는 것을 너무 사랑할 뿐이죠. 하지만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대화 중에 상대방에게 주입시키려 할 때 대화는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급 피곤이 몰려오면서 집에 가고 싶어 지더라고요)
류재언 님의 '대화의 밀도'라는 책에 보니 대화의 유형을 물어뜯는 상어형과 고래형으로 이야기하는 내용이 있었어요. 바둑 공부를 할 때처럼 자신의 대화를 복기해 보면 나의 대화 유형은 어떠한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상어형들은 만만해 보이지 않으려고 대화를 공격적으로 풀어가는 수가 많다고 하는데 사실, 일이 잘 안 풀리니 아이처럼 큰 소리로 공격하는 게 아닐까요? (이건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고래가 덩치가 커서 무시당하지 않는 것 같을 수 도 있지만, 더 큰 바다에서 누가 와서 뭐라 해도 뿌우우, 뿌우우 묵직한 소리를 내며, 유유히 수영하는 고래의 모습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때도 또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줄 때도 여유 있어 보입니다. 배우고 싶은 대화의 자세입니다.
2024년에 만나게 될 사람들과는 어떤 대화들을 나누게 될까요? 그들과 좋은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따뜻한 말들을 해주고 싶고요. 기품 있는 그래서 더 깊이 있는 나눔을 하고 싶네요. 나의 따뜻한 대화가 상대방에게 포근함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깊은 포옹을 직접 나누지 않았어도, 우리의 대화로 안아주는 시간이 되기를, 그래서 더 많이 사랑을 주고받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독자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