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이트커피 Dec 25. 2023

크리스마스 선물


연말이 되면 대화의 주제는 으레 한 해 동안 잘 살아왔는지, 연초에 세운 계획들은 얼마나 이루었는지, 내년에는 어떤 을 꾸고 있는지에 관한 것들이다.

우리 가족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해의 끄트머리에서 1년에 한 번은 사치를 부려도 될 법한 곳에서 식사를 하고 지난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마음에 품고 있는 소망이 무엇인지 내년엔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이야기를 듣고 같이 기도해 주기로 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때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생채기를 내지만 그럼에도 가장 따스하고 돌아와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편안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 년에 한 번 조금은 격식을 갖춘 연말의 가족모임은  중요한 행사가 되었다.

올해 모태 솔로였던 딸아이가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혹시 크리스마스는 둘이 보내고 싶어 하지 않을까? 그럼 가족 모임은 뒤로 연기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했었다. 그 시절의 나도 그런 마음을 겪은 터라 미리 지레짐작으로 딸아이를 배려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남자친구에게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보낸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딴에는 가족을 그래도 우선순위에 둔 것에 감사했고, 아이들에게도 이 시간이 연례행사가 되었구나 생각하니 그것도 감사했다.

     



크리스마스가 오면 착한 일을 많이 한 아이도, 울지 않고 잘 지낸 아이도 모두 기대하게 되는 게 선물이다. 산타가 부모님인 줄 알면서도 한동안 모른 척한 것은 오랫동안 한해의 끝에서 받게되는 선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리라.~


어릴 적에 읽었던 오헨리의 단편에도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선물 이야기가 있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젊은 부부는 너무 가난해서 선물을 살 돈이 없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아내는 남편을 위해 고심 끝에 아끼던 자신의 금발을 잘라 머리카락을 판 돈으로 남편의 금시계에 어울리는 멋진 시곗줄을 준비한다. 저녁에 집에 온 남편은 아내의 금빛 머리카락이 잘린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왜냐하면 남편은 자신이 가진 유일한 재산인 금시계를 팔아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값비싼 머리빗세트를 사 왔기 때문이다.(이래서 부부의 대화는 중요합니다, 쿨럭)

   

선물이 비싸다고 더 가치 있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그 선물에 깃든 마음이 더 중요한 것이다. 요즘은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 인터넷이 되면 어디든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것을 주문하고 선물할 수 있어 편리해졌다. 선물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며칠을 고민하고, 또 그 소중한 것을 사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다니고, 예쁘게 포장하고, 작은 손 엽서까지 써서 준비했던 예전을 생각하면 선물의 의미도 시대에 따라 많이 바뀌어가는구나 싶다.


며칠 전에 아들이 내게 와 물었다.  

   

‘엄마,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빠에게 카카오 전동바이크 한 달 정기권을 선물하려고요.’

‘그런 게 있어?’

‘앱으로 검색해 보니 저희 아파트에 주차 가능하고, 또 아빠 회사에도 주차 가능해서 출퇴근 시에 걸어 다니지 말고 이거 타면 편리할 것 같아요.’

‘너 용돈도 얼마 없는데 부담되지 않아?’

‘한 달 정기 결재하면 5천 원이에요. 한 달 정기권 선물하려고요.’     

흠흠, 선물로 오천 원이면 좀 싼 거 아닌가 싶으면서도,

‘오구오구, 아들 멋진 선물이네. 아빠가 좋아하시겠다.’라고 애써 밝게 얘기해 주었다.     

선물은 모름지기 마음이지. 하면서도 나에게 적용될 때는 달라지는 이 마음 어찌하오.           

작가의 이전글 임산부 배려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