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오줌이 멈추지 않았어. 딴생각을 하느라 잠깐은 몰랐지만, 곧 내가 꽤 오랫동안 같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걸, 내게서 샘솟는 물줄기가 멈추지 않는 한 난 이 자세를 영원히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달았지.
한 10분 지났나? 그보다 더 긴 시간일 수도 있겠다.
내 몸의 약 70%가 물이고, 커피는 이뇨작용을 활발히 하며, 달이 차면 기울 듯 방광도 차면 넘친다 - 같은 지식들을 떠올려 보았지만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진 못했어. 물줄기는 여전히 멈추지 않았고,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다. 좀 전까지 발밑에 모여있던 내 그림자가 지금은 오른쪽 어깨너머로 길게 드리워지기 시작했어.
중력의 세기도 그렇고 -물줄기가 아래로 향하더라 - 내가 있는 곳이 지구인 건 분명해 보였어. 하지만 넓은 광장 한가운데서 이러고 있는 나도, 내 곁을 무심히 스쳐가는 사람들도 현실적이진 않아서 처음엔 '꿈'이라고 생각했어. 다만 꿈이라면, 이 꿈에서 깨었을 때 지금껏 물줄기는.... 어떡하지?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대안은 난 지금 프란츠 카프카, 무라카미 하루키 같이 실존적 조건을 문학작품에 가장 잘 구현한 작가의 작품 속에 있는 거야. 실존적 조건이란 몇 개 안 남은 퍼즐조각이 더는 들어갈 자리가 없는 퍼즐판과 같은 상황인데, 이 작품에선 내가 남은 조각인 거야. 모든 상황이 말이 안 된다는 점에서 이건 말이 된다.
문득 내 주치의가 생각나더라. 그녀는 내 오랜 불안 증상을 두고, 이 우주 어디선가, 누구든 장난으로 남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칠 때마다 나에게 불안이 찾아오는 것이라고 명확히 진단했지. 신기하게도 그녀의 진단을 듣고 나니 더는 불안하지 않았어. 이런 때에 그녀가 옆에 있었다면, 뭐든 도움이 될 이야기를 해줬을 텐데.
그녀는 지금 초원을 여행 중이야. 초원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다 보인다고 말한 것도 그녀였던가? 초원 저 너머를 본다는 게, 더 멀리, 대략 45억 년 전 우주 탄생의 순간에까지 시선이 닿는 일도 있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
"봤어?"
"봤지."
"분명 끄덕였지?"
"분명해. 광장 가운데 ‘오줌 누는 소년상’이 방금 고개를 끄덕이는 걸 나도 봤어."
두 남자의 대화소리가 두 사람의 그림자와 함께, 점점 작아지다 완전히 사라져 갈 때까지도 물줄기는 멈추지 않았어.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울리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이 걸음을 재촉하더라. 곧 쏟아질지도 모르는 소나기 때문인지, 이미 빨리 깜빡이기 시작한 보행신호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