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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사이가 나쁠 때 내가 하는 행동들


제가 가정행복코치라고 하니 사람들은 우리 부부 사이가 항상 좋은 줄 압니다. 평생 부부싸움도 한 번 안 하는 줄 알아요. 저희 부부가 어디 강의하러 가면 “강사님 부부는 안 싸우시죠?”하고 묻습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싸우지 않는 부부는 부부가 아니죠. 여태까지 참 많이 싸웠고, 지금도 싸우고 있으며, 앞으로도 싸울 겁니다. 

     

그런데 결혼 후 20년까지와 30년이 넘은 지금의 부부싸움 후 제 행동이 많이 달라진 걸 느낍니다.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과거 젊은 시절 부부싸움을 하고 나면 저는 밖으로 뛰쳐나갔어요. 꼭 아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제가 잘못한 경우에도 그랬어요.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죠. 술을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죠. 그런다고 스트레스가 풀리지도 않더라고요. 술김에 더 큰 싸움으로 번진 경우가 많았어요. 

    

요즘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부부싸움을 하고 나면 당연히 화가 나지만, 이제는 아내 말을 곱씹어 봅니다. 대부분 제가 잘못한 경우가 많아요. 굳이 비율로 따진다면 80% 정도? 제게 후하게 점수를 준다고 해도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경우가 많아요. 과거에는 아내의 틀린 말에만 관심을 뒀어요. 그러나 이제는 저의 틀린 말과 행동에 관심을 둬요. 어차피 아내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나만 변하면 되는 겁니다.      


부부싸움 후 아내도 집을 나갈 때가 있어요. (물론 나가 잔다는 말은 아니고, 밤늦게 돌아오죠) 저는 요즘에는 부부싸움을 한 다음, 아내가 집에 있든 없든 저는 더 일찍 퇴근해서 저녁을 먹고 평소처럼 저녁 설거지를 합니다. 운동을 다녀오고 아내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 책을 봅니다. 아내가 집에 돌아오는 걸 확인하고 "잘 자라"라고 한 다음 잠자리에 듭니다. 묵묵히 제 할 일만 하는 겁니다. 다음날 제가 잘못을 사과하고 용서를 빕니다. 더러는 아내의 화가 바로 풀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하루 이틀 더 가죠. 물론 그때까지 제가 계속해서 사과해야 합니다. 억울할 때도 있지만 일단 아내의 화부터 풀어줍니다.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그 사건이 완전히 끝나고 난 후에 아내가 제정신으로 돌아온 다음에 합니다. 그때는 아내도 제 말에 쉽게 동의하곤 하죠.     


최근 우리 부부싸움 과정을 지켜보던 딸이 어느 날 저한테 말하더라고요. 

"아빠는 억울하지 않아?"

"억울할 때도 있지"  

"근데 왜 그렇게 만날 아빠가 잘못했다고 사과를 해? 이번 경우는 엄마가 잘못한 거야!" 

"응, 젊을 때는 엄마가 사과를 많이 했어. 이젠 아빠가 해야 할 때야. 아빠는 가정행복코치잖아~"

"어휴~ 아빠 힘들겠다"

"공감해줘서 고마워. 그래도 네 엄마 같은 사람 없어. 결점 없는 사람 어딨니? 네 엄마는 장점이 훨씬 많은 사람이야. 네 말대로 이번 경우는 엄마가 잘못했는데 엄마는 그걸 인정 안 할 거야. 아니 인정 못 해. 아빠는 그걸 알거든. 그걸 건드리면 싸움이 더 커진다는 걸 알거든. 그걸 알면서도 싸움을 확대시키면 나만 바보가 되거나 나쁜 사람이 되는 거야"     


그렇다고 제 아내가 악처라거나 무대뽀라는 말은 절대로 아닙니다. 제 아내 같은 현모양처가 없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팔불출협회, 애처가협회 회장이라) 30년 넘는 결혼생활 동안 제가 실수하고 사고 친 게 훨씬 많아요. 그때마다 아내가 이해하고, 인내하고 가정을 지켜냈어요. 이제 제가 해야 할 때입니다. 이제 제가 아내에게 진 빚 갚을 때입니다.     


기나긴 결혼 생활에서 두 사람 모두 잘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둘 중 하나가 잘못 하기 마련이죠. 그때 배우자의 대응이 중요합니다. 잘못하지 않은 사람이 상대방을 향해 "네가 잘못했잖아. 용서할 수 없어"라고 말하면 배우자는 상처 받을 수밖에 없고 그 결혼생활은 깨지기 마련입니다. 상대방이 그걸 인정하고 수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극소수의 성숙한 사람을 제외하고 사람은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기란 애초부터 틀렸어요. 인정 못 하겠다는데 “인정해라, 인정해라”라고 계속 다그치면 싸움이 더 확대될 뿐입니다. 그런 바보 같은 짓을 왜 해요? 부부는 잘잘못을 따지는 사이가 아니라, 잘못을 덮어주는 사이죠. 그게 결혼의 목적이고 배우자의 의무입니다. 저는 그렇게 살기로 했습니다. 저는 가정행복코치니까요.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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