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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결혼생활이 불행한 이유

많은 행복학자들이 꼽는 인생의 3요소는 건강, 일, 인간관계입니다. 건강은 철저히 개인적인 문제이고, 일은 개인 또는 조직의 문제이며, 인간관계는 개인과 타인 간의 문제로 다분히 상호작용의 결과죠. 건강이나 일은 나만 잘하면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지만, 인간관계는 그렇지 않아요.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가 있습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 세 가지 요소 중에 가장 힘든 게 인간관계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습니다. 수많은 인간관계 중에서 가장 힘든 인간관계는 뭘까요. 사회에서 만난 인간관계에서는 특별히 힘들게 없어요. 마음에 들지 않거나 보기 싫으면 안 보면 돼요. 그냥 쌩 까면 돼요. 약한 인간관계에서는 상처를 받아도 상처의 크기가 그렇게 크지도 않아요.      

문제는 장기적인 인간관계예요. 즉 직장이나 가족관계가 문제죠. 오랜 시간 또는 평생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도 그나마 괜찮아요. 일단 퇴근하면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정 힘들면 부서를 옮기거나 퇴사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가족끼리 관계가 나쁘면 정말 견디기 힘들어요. 이건 오랜 시간, 아니 평생, 나를 힘들게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때그때 끝나고 없어지는 게 아니라 내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앉아 각자의 정서 창고에 차곡차곡 쌓이기 때문이죠. 이런 부정적 정서들이 오래 쌓이면 ‘화병’이라는 질병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천생연분’이 ‘평생 원수’가 되는 거예요. 이것 때문에 많은 부부들이 결혼생활을 힘들어하고 심지어 불행하다고 느끼는 겁니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커플들이 왜 그럴까요. 서로 죽고 못 살아서, 너무나 사랑하는 나머지 영원한 행복을 꿈꾸며 결혼했는데 왜 그럴까요?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아이들인데 왜 부모 자식 간에 원수가 되는 걸까요. 왜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가 나를 힘들게 할까요.  

   

한마디로 나도 상대방도 ’미숙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는 괜찮은 사람이 아니에요. 이런저런 상처로 트라우마를 갖고 살 수밖에 없는 역기능적 인간들이죠.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괜찮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몰라요. 오히려 자기 자신을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깁니다. 일종의 ’ 자기 관대화‘ 경향이죠. 그래서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나는 괜찮은데, 네가 문제다’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죠. 나만 그럴까요? 상대도 마찬가지죠. 미숙한 사람끼리 서로 자신이 옳다며 상대에게 삿대질하고 사는 모습이죠.   

   

자, 봅시다. 여러분이 꿈꾸는 이상적인 결혼생활이 어떤 모습이죠? 매일 아침저녁 서로 사랑하고, 경제적 어려움도 없고, 부부 모두 건강하게 평생 아프지 않고 자녀들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공부도 잘하고, 부모들이 원하는 대학에도 척척 들어가고, 나중에 대기업에 들어가 돈도 잘 벌고, 부모님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다 하늘나라 가시고 뭐 그런 거죠? 한 마디로 아무 문제없는 세상이죠.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는 정말 잘 살 수 있어요.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 누구나 그런 삶을 기대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제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때로는 건강상 문제로, 때론  경제적 문제로, 때로는 남편, 아내 또는 자녀들이 속을 썩여서, 또는 시부모나 장인 장모로 인해 이런저런 상처를 받게 마련이에요. 그게 문제예요. 그때 미숙한 자아를 갖고 있는 사람은 그런 갈등과 문제를 잘 헤쳐 나갈 수 없어요. 그런 공부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문제 해결 능력이 없는 거죠.     


인생은 문제 해결 과정이에요. 특히 결혼생활은 부부가 합동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에요. 그런데 결혼할 나이 때는 그렇게 큰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안 해요. 아니 못 하죠. 지적으로, 정신적으로 미숙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문제없는 인생, 문제없는 가정 있어요? 오히려 문제 투성이죠. 나뿐만이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도 다 잘 사는 거 같아도 속을 들여다보면 이런저런 문제 다 갖고 있어요. 


자, 그렇다면 어째야 할까요. 이 문제 많은 세상,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3애(愛)로 살아야 합니다.


     

1. 애착(愛着) 관계에 대한 이해  

성인 남녀가 서로 좋아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사랑(love), 섹스(sex), 애착(attachment) 단계로 나눕니다. 남녀가 서로 사랑하면 대부분 섹스를 하게 되는데, 사랑이나 섹스의 열정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약해지게 마련이죠. 그 이후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애착이라고 합니다. 애착이란 특정 대상을 좋아하거나 사랑하고, 상대방이 없으면 불행을 느끼는 감정을 말하죠.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랑과 섹스는 연애할 때의 뜨겁고 강렬한 감정을, 결혼은 미지근한 애착의 감정으로 구분하면 이해가 쉽겠네요. 연애할 때 뜨거운 갈망과 애욕으로 서로를 사랑했다면, 결혼 후에는 따뜻한 이해심과 상호 의존성을 기반으로 동반자적 애착으로 살아가는 거예요. 이 애착 단계에 필요한 것이 바로 책임감과 헌신이죠. 이걸 어른들은 ‘정(情)’이라고 불렀어요. 젊은 시절 ‘애(愛)’로 산다면, 결혼 후에는 ‘정(情)’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많은 부부들은 상호의존과 책임감, 헌신을 생각하지 못하고 상대방이 끊임없이 나를 연애 시절처럼 뜨겁게 사랑해주기(愛)를 바라죠. 그러나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그러니 정이 생기기는커녕 오히려 정 떨어지는 거죠. 그래서 결혼생활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거예요. 자신도 상대를 그렇게 뜨겁게 사랑하지 않으면서 말이죠. 이 애착 이론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2. 애증(愛憎) 관계에 대한 이해 

애증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요. 사랑하지 않으면 미워하지도 않아요. 사랑하기 때문에 미운 거예요. 사랑하는 마음이 큰 만큼 기대가 크고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 실망감도 크고 미움도 커지는 거죠. 진정한 사랑은 기대를 낮추고 책임감과 헌신도를 높이는 겁니다. 의존이 아니라 상호 의존이 되는 겁니다. 의존이란 “너 아니면 난 아무것도 못 해. 그러니까 네가 다 해줘”라고 말하는 것이고, 상호 의존은 “나 혼자서도 잘할 수 있지만 너랑 함께 하면 더 잘할 수 있어. 그러니까 우리 같이 해”라고 말하는 겁니다. 이걸 ‘시너지’라고 부릅니다. 모름지기 부부란 이래야 합니다. 그러려고 결혼하는 겁니다. 상대에게 끊임없이 사랑(愛)을 원하면 그러지 못하는 상대를 미워(憎)하게 되지만, 내가 상대를 먼저 사랑하고 배려하고 헌신하면 이 커플은 애착 상태가 됩니다. 

     

3. 애학(愛學)의 자세 

아까 제가 우리는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어요. 이 ‘괜찮지 않다’는 말이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말일까요? 아니에요. 내가 괜찮지 않다는 인식을 할 때 비로소 내가 괜찮은 사람,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우리는 미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배워야 합니다. 배우지 않고는 잘할 수 없습니다. 평생 배워야 합니다. 부부가 되는 법도 배우고, 부모 되는 법도 배우고, 조부모가 되는 법도 배워야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 살아가는 온갖 방법을 다 배우면서 결혼생활에 관한 공부는 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잘 산다면, 행복하게 산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닙니까? 

    

자, 그렇다면 누가 해야 할까요? 배우자가 할 수 있을까요? 괜찮지 않은 사람인 내 배우자가 할 수 있을까요? 없을 겁니다! 그럼 누가 해요? 내가 해야지요! 나 스스로 부족한 사람임을 인정하고, 상대도 나처럼 부족한 사람임을 긍휼한 눈으로 바라보고, 부족하니 배워서, 상대방의 부족을 채워주겠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누구보다 행복한 결혼생활할 수 있습니다. 그게 진짜 부부입니다. 그게 진짜 사랑이고 진짜 정입니다. 지지고 볶고 살아도 좋은 거 보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 맛있는 거 먹으면 같이 먹고 싶은 사람이 부부 아닙니까? 그럼 그렇게 살아야죠. 우리 그렇게 삽시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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