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 권의 책을 출간한 저자다. 작가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워 나는 스스로를 저자라고 부른다. 지금 세 번째 책을 준비하는 중이다. 책 쓰기는 정말 어렵다. 첫 책은 10년 걸려서 썼고, 두 번째 책은 2년이나 썼다. 세 번째인 지금도 1년 이상 주물럭 거리고 있다. 마음은 원이로되 쉽사리 진도가 나지 않는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통산 90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가 책 쓰기 책을 썼다. 오늘날 수많은 책 쓰기에 관한 책이 있지만 90권의 저자가 쓴 책이라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역시 달랐다. 참 섹시한 책이다.
이 책은 책 쓰기 책이지만 여느 책 쓰기 책과는 다르다. 요즘 개나 소나 다 책 쓰는 시대라고 한다. 워낙 많은 책 쓰기 프로그램이 있다 보니 그만큼 책 쓰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런 책 쓰기 기술을 통해 나온 책 중에는 좋은 책도 있지만 정말 책 같지 않은 책도 많다. 저자가 된다는 게 출산에 비견될 만큼 힘들고 위대한 일이며, 독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기도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이런 책을 왜 쓰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책 쓰는 기술만 배워서 책을 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독자와 소통하기 위해 책을 쓴 게 아니라 저자 자신의 만족, 즉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내겠다는 자기 과시 목적에서 쓴 책이기 때문이다. 음식으로 치자면 정말 맛없는 음식이다. 분식집 냉면 맛이랄까.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저자는 책 쓰기를 4기 즉 살기, 읽기, 짓기, 쓰기로 정의한다. 책은 기교로 쓰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몸으로 살아내고, 그 체험을 확신케 할 많은 책을 읽고, 살고 읽은 것을 글감으로 집을 짓는 것처럼 글을 짓고, 마침내 책을 쓰는 거라고 말한다. 물론 90권의 저자답게 책 쓰는 기술도 전해주는데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이 책은 책을 쓸 욕구가 절실하거나 책을 써본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나도 책이나 한 번 써 볼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책이다. 좋은 책이지만 쉽지 않은 책이다. 책은 곧 삶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책을 쓰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지금 집필 중인 내게는 많은 도움이 됐다.
내 심장을 뛰게 한 저자의 말을 인용한다. "글쓰기는 붙여 쓰고 책 쓰기는 띄어 쓴다. 글은 쓰기만 하면 글짓기로 태어나지만 책은 쓴다고 바로 책으로 탄생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글짓기는 단거리 경주지만 책 쓰기는 장거리 마라톤이다. 글쓰기는 순발력으로 해낼 수 있지만 책 쓰기는 지구력으로 견뎌내야 한다"
한 권의 책을 내기까지 단거리 경주도 필요하고 장거리 경주도 필요하다. 마라토너가 매일 5~10km를 뛰듯 매일 글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하고, 어느 날 대회에 출전해 42.195km를 완주하듯 그동안 쓴 글을 모아 언젠가 탈고 작업을 마쳐야 한다. 책 쓰기는 이렇게 애를 써야 마침내 내 품에 안긴다. 출산의 고통을 이겨낸 산모가 핏덩이 아기를 품에 안듯이.
저자는 말한다. "글짓기든 책 쓰기든 안간힘을 쓰면서 몸으로 토해내는 애쓰기"라고. "삶이 곧 책의 재료"라고. "쓸 데 없는 삶은 없다"라고. 이 말을 이렇게 바꿔본다. "오직 쓸 삶만 있다" 그럼에도 책을 쓰지 않는 것은 살기를 포기한 당신의 선택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