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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2020년 벽두 대한민국 국민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2019년 5월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후 세계의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을 이어가다 드디어 2020. 2. 9 전 세계 영화제 중 최고봉인 제92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개 부문을 싹쓸이했기 때문이었다.   

   

그 영화에서 주인공 기택이 딸 기정이 위조한 문서로 아들 기우가 면접을 갈 때 아들 기우에게 하는 대사.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참 웃픈 대사였지만 이후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광고 카피로도 쓰였던 문장이다.      


계획, 이 단어는 영화 <기생충>의 시종을 꿰뚫는 키워드다. 주인공 기택에게는 계획이라는 단어가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극 중 아내 충숙이 기택에게 “계획이 뭐야?”라고 물어도 그는 아무 계획이 없기에 대답을 못 한다. 기택은 한 집안의 가장이지만 그는 가장 노릇을 하지 못하고 아들과 딸의 계획대로 살아가게 된다. 그것도 아들, 딸을 자랑스러워하면서...

 

기택은 옆집 와이파이를 훔쳐 쓰고, 동네 피자집 박스 접기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하며 온 가족이 백수로 살아오다 아들과 딸의 계획으로 온 가족이 부잣집에 취직하게 됐지만 기택의 인생 자체가 사실은 무계획이었다. 왜 그인들 젊은 시절 계획을 세우지 않았겠는가. 그도 대만 카스텔라 프랜차이즈 사업을 폼 나게 시작했으나 곧 망하게 되면서 그의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무기력하고 무능하며 실패한 인생의 전형으로 비친다. 무계획의 전형인 그가 극 중 오근세(지하실에 갇혀 살던 전 가정부 국문광의 남편)에게는 무계획을 나무라면서, 정작 아들 기우에게는 도리어 계획 같은 건 필요 없다고 말하는 아이러니를 보인다. 

폭우로 인해 집이 침수되어 동네 체육관으로 대피해서 잠을 자다가 기우에게 하는 대사 중 계획에 관한 그의 철학은 무척 슬프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 계획이 뭔지 아니? 무계획이야, 무계획. 노 플랜. 계획을 하면 절대로 계획대로 안 되거든, 인생이. 여기도 봐. 여기 있는 사람들이 오늘 "떼거지로 체육관에서 잡시다"하고 계획을 했었겠냐. 근데 봐. 지금 다 같이 마룻바닥에서 쳐 자고 있잖아. 우리도 그렇고. 이래서 계획이 없어야 돼, 사람은. 계획이 없으니까 뭐가 잘못될 일도 없고, 또 애초부터 계획이 없으니까 뭐가 터져도 아무 상관없는 거야, 사람을 죽이건, 나라를 팔아먹건... 씨발, 다 상관없다 이 말이지. 알겠어?"    

 

결국 인생 자체가 무계획이었던 그는 자신의 가족을 포함하여 소중한 것들을 모두 잃고 살인자가 되어 감옥 아닌 감옥, 지하실에 갇혀 살게 된다.     


계획 없는 삶이, 순간적인 임기응변으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위험한지, 급변하는 이 시대에 기생충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이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 실패하고 바뀔 지라도 계획은 있어야 한다. 인생,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훌륭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딱 세 가지가 필요하다. 좋은 시나리오, 좋은 시나리오, 좋은 시나리오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성공한 인생이 되려면 자신의 시나리오를 가져야 한다. 

     

영화와 위작(爲作)이다 보니 완벽할수록 좋겠지만 사람 인생이라는 게 어디 계획대로 되겠는가. 송강호의 궤변 “무계획도 계획이다”라는 말도 할 수 있겠으나, 또 계획을 세웠다고 그 계획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도 없겠지만, 계획조차 없는데 잘 살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말처럼 “뭔가를 해내는 능력은 그것을 하면서 생긴다”라고 했으니 일단은 내 인생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살아가면서 가감승제 해 나가자.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그 시나리오를 업데이트시켜 나가자. 당신의 인생도 박수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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