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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fore 시나리오, After 시나리오

얼마 전 25년째 마라톤을 뛰는 친구를 만났다. “너는 어떻게 그렇게 한결같냐. 이젠 몸에 배어서 마라톤 하는 게 전혀 힘들지 않지?”라고 물었더니 그 친구 왈, “천만에! 지금도 뛰어야 하는 날 새벽에는 ‘뛰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고 수 백번을 고민해. 그러다가 운동화를 딱 신으면 그때부터는 가슴이 뛰어. 운동화를 신기까지가 제일 힘든 거 같아”라고 말했다. 25년을 뛰었으면 습관이 될 만도 하건만 그렇지 않다고 얘기하는 게 놀라웠다.  

    

나도 5년째 헬스 운동을 생활화하고 있다. 하루 일정이 바쁘지만 운동을 최상위 순위에 두고 있다. 그러기 위해 내가 만든 용어가 있다. 4W1H. 주 4회 1시간 이상 운동을 원칙으로 하는 거다. 보통 1시간 반 정도 운동하는데, 요즘 루틴은 스트레칭 20분, 러닝 30분, 근육운동 30~40분, 러닝 15분이다. 나는 왜 운동을 할까? 운동이 즐거워서? 노 노 노. 절대로 아니다! 운동하는 과정은 늘 힘들다. 늘 하기 싫다. 운동 자체는 결코 즐겁지 않다. 아니 오히려 고통스럽다. 더운 여름에는 에어컨 아래에서 운동해도 20분만 지나면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그리고 추운 겨울에 운동하러 가기는 정말 싫다. 더구나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 쓴 채 운동해야 해서 고통은 배가된다. 그런데 왜 운동을 할까? 결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과정을 즐겨서가 아니라 결과가 즐겁기 때문이다. 막상 할 때는 죽을 것처럼 힘들어도,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꾸준히 지속하면 체형이 변하는 걸 체험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이 맛에 운동하는 거다.  

    

그렇다. 죽기 살기로 운동하는 사람도, 25년째 마라톤을 뛰는 사람도 과정은 늘 힘들다. 하지만 결과가 어떤 줄 알기 때문에 그들은 기꺼이 오늘 땀을 흘린다. 매일 5km의 땀을 흘려야 1년 뒤 42.195km의 영광을 얻는다. 시나리오가 있는 사람과 시나리오가 없는 사람은 그래서 사는 모습이 다르다. 

     

시작이 반이다!     

어떤 사람이 링컨에게 물었다. 

"당신은 교육도 제대로 못 받은 시골 출신이면서 어떻게 변호사가 되고 미국 대통령까지 될 수 있었습니까?" 

링컨이 대답했다. 

"내가 마음먹은 날, 이미 절반은 이루어졌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 이틀 있는데, 첫 번째 날은 내가 태어난 날이고, 두 번째 날은 내가 이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는 날이다. “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첫 번째 날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두 번째 날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마치 목적지 없이 떠다니는 배와 같은 꼴이다.


프랑스의 위대한 작가 발자크는 어느 날 저녁에 별로 할 일이 없는 여러 사람들과 무의미하게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통곡했다고 한다. 그때 그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코트를 벗고 서재로 가서 책장에 진열되어 있던 일류 작가들의 걸작들을 살펴보면서 큰소리로 "이제 나는 진실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라고 외쳤다고 한다. 그는 비로소 두 번째 날을 발견한 것이다.


처음에는 정교하고 거창한 시나리오가 아니라도 좋다. 두바이에 건설된 세계적 명물 버즈 알 아랍 호텔을 잘 아실 것이다. 그 건물의 시작은 바다에 떠 있는 요트였다. 작은 스케치 한 장이 그렇게 거대한 세계적인 걸작으로 완성된 것이다      


시나리오의 처음도 그렇다. 처음부터 완성되는 것은 없다. 당신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일단 시작하라. 지금 당장 운동화를 신어라.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창대하리라. 이 말을 믿어라. 진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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