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설계도 없이 건물을 짓는다?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반드시 설계도가 필요하다. 설계도 없이 집을 짓는 사람은 없다. 집을 제대로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개집을 짓더라도 도면에 그림을 그리고 치수를 표시한다. 치수대로 목재를 자르고 바닥을 누이고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는다.

      

겨우 30년 살 집을 짓는데도 수 백 장의 그림으로 그려진 설계도가 필요하다. 하물며 백 년을 살아내야 하는 인간에게 설계도가 없다는 건 막 살겠다는 거다. 대충 살겠다는 거다. 


그런데 인생 설계도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모르긴 몰라도 99% 없을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설계도 없는 건물 없듯이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시나리오가 있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대부분 없다. 그러니 개인도, 회사도, 국가도 미래가 불안한 것이다.      


인생의 설계도가 뭔가? 시나리오다.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 내가 설계도를 그리는 것이다. 10년 뒤, 20년 뒤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나 자신에게 하는 약속이다. 설계도 없이 건물을 지을 수 없듯이 시나리오 없이는 내 인생을 잘 살아 낼 수 없다     


지난 추석  연휴 전 국민을 열광케 했던 가황 나훈아의 ‘대한민국 어게인’ 콘서트에서 그가 한 말이 대한민국을 나훈아 신드롬에 빠지게 했다.   

  

그의 말이다.

“테스 형(소크라테스를 말한다)한테 물어봤거든요.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아니 세월은 또 왜 저래? 물어봤더니 테스 형도 모른다고 하네요.

테스 형이 아무 말이 없습니다.  

세월은 너나 나나 할 거 없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제가 잘 모르긴 해도 살다 보니까 세월은 그냥 누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가게 되어 있으니까

이왕에 세월이 가는 거 우리가 끌려가면 안 됩니다. 

우리가 세월의 모가지를 딱 비틀어서 끌고 가야 하는데, 

이렇게 끌고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여러분 날마다 똑같은 짓을 하고 날마다 똑같은 일을 하면 세월한테 끌려가는 거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안 가본 데도 한번 가보고

.

.

안 하던 일을 하셔야 세월이 늦게 갑니다. 

지금부터 저는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갈 겁니다.”     


그렇다. 세월에 끌려가지 마라.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내 주변 환경이야 어찌할 수 없지만 나 자신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다. ‘내 인생은 내가 설계한다. 내 인생은 내가 개척한다’라고 마음먹는 게 시나리오의 시작이다. 그런 다음 내가 10년, 20년, 30년 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그린다. 그다음 그렇게 되려면 내가 올해 무엇을 해야 하고 이번 달에 무엇을 해야 하고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할지가 나온다. 그대로 살면 된다. 그러면 나는 30년 뒤 내가 스스로 정한 인물이 되는 것이다. 세월에 끌려가지 마라.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라도 끌고 가라.     


나훈아 씨가 한 말 중에 가장 와 닿는 말이 ‘똑같은 짓을 하지 말고 안 하던 짓을 해 보라’는 말이다. 정말 공감이 간다. 실제로 나는 그런 경험을 많이 했다.    

  

나는 28년 직장 생활을 했고 퇴직 후 14년째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내가 직장에서 퇴직 후 기업 경영을 하면서 그동안 꿈꿔왔던 책을 출간하고 그 책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각종 방송에도 출연하고 전국구 강사가 되자 나를 잘 아는 고교, 대학 동창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냥 평생 월급쟁이일 줄 알았는데 책을 쓰고 강연도 하는 등 특이한 경력의 전환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런 나를 보고 동창생들이 찾아오곤 했다. 그 당시 그들은 대부분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눈앞에 둔 나이였기 때문에 그들의 미래가 불안했을 터. 나한테 오면 조언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였을 거다. 은퇴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들 말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라 대부분 차 한 잔 대접하고 돌려보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개중에는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상담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그들의 휴대폰에 들어 있는 한  달치 스케줄을 보여 달라고 했다. 대부분 특별한 게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 등산 가고 한 달에 한두 번 친구들 만나고 그런 스케줄이었다. 이번에는 내 스케줄을 보여 주었다. 그들은 내 스케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비어 있는 날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외부 행사나 고객과의 약속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은 책을 읽고 글을 쓰거나 공부를 하거나 강의를 듣느라 빽빽한 내 스케줄을 보면서 놀란 것이다. 나와 그들의 차이가 뭘까. 그 친구들은 인풋(input)이 없다. 그러니 아웃풋(output)이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만날 하던 짓을 되풀이한다. 새로운 사람도 안 만난다. 몸에 새로운 세포가 끊임없이 생성되어야 헌 세포가 죽듯이 뇌와 정신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세포를 넣어 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 책을 읽어야 단어가 바뀌고, 글을 써야 말이 바뀌며, 공부를 해야 생각이 바뀐다. ‘내가 이대로 살아선 안 되겠구나. 내가 이런 삶을 살아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삶이 바뀐다. 그게 시나리오다. 인생 설계 다시 해라. 인생 설계도를 다시 그려라.  안 가본 곳을 가보고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야 삶이 바뀐다. 그런데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도 무의도식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주말에는 등산가고 주중에는 동창생들 만나 바둑 두고, 당구 치고, 소주 마시며 세월을 보낸다.

     

이 책을 처음 쓰기로 마음먹은 지는 1년도 넘었다 생각날 때마다 주제와 소재를 툭툭 던져 넣기는 했지만 쉽사리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두 권의 책을 내면서 경험한 것은 평소 글 쓰는 습관도 필요하지만 탈고할 때는 몰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열흘이 됐던 한 달이 됐던 집중 해서 쓰는 과정이 필요하다. 권투로 치면 일종의 피니시 블로우(마지막 한 방)다. 좀처럼 몰입을 못 하고 있는데 한 유명 작가가 지난 추석 5일 연휴 동안 책 한 권(이 책은 그의 91 번째 책이다)을 탈고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컴퓨터 바탕화면과 핸드폰 배경 화면에 이런 메시지를 그려 넣었다.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 한다 right now’ 그때부터 매일 새벽에 글을 썼다. 글을 쓰려면 새벽 일찍 일어나야 하니 밤 10시 이후는 TV 시청을 끊고 책을 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한 달을 몰입하자 결과물이 나왔다. 이 책은 그렇게 탄생하게 됐다. 생각만 하고 있어서는 소용이 없다. 마음먹었다고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매일 하던 짓을 멈추고 글쓰기 모드로 돌입하자 한 달 만에 탈고했다.

작가의 이전글 미래는 답정너가 아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