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시나리오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실리콘밸리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Fake it until you make it’ 

‘될 때까지 그런 척하면 그렇게 된다’    

 

그런 척하라는 말이 아무 행동도 하지 말고 폼만 잡으라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그 일이 이루어진 것처럼 믿고 그렇게 되도록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라는 말이다. 시나리오를 썼다고 머리에만 담아 두면 아무 소용이 없다. 시나리오와 다른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매일매일 그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생각하고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      


나는 책을 두 권 쓴 작가다. 첫 책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는 2012. 5월 출간해 3년 넘게 결혼 분야 베스트셀러가 되고 스테디셀러 반열에도 올랐다. 두 번째 책 <차라리 혼자 살걸 그랬어>도 2017. 11월 출간해 지금까지 분야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에 올라 있다.    

 

모든 저자는 자신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를 바란다. 첫 책이 나올 때는 더 그렇다. 나도 그랬다. 나는 첫 책이 나왔을 때 책 홍보 현수막을 제작해 내 승용차 유리창에 붙이고 다녔다. 하루는 내가 집에 있는데 아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길길이 뛰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있는 내 차 현수막을 본 거다. “책 냈으면 낸 거지. 아파트 주차장에서까지 꼭 이렇게 해야 돼? 동네 창피하게! 정 하고 싶으면 당신 회사 주차장에 가서 해!”    

  

중소형 출판사는 대개 한 달에 한 권 정도 책을 낸다. 그러니 출판사는 내 책을 지속적으로 홍보해 줄 시간이 없다. 다음 달이면 다른 책이 나오기 때문이다. 유명 작가에, 대형 출판사라면 신문 광고에, 길거리 광고도 하지만 중소형 출판사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책은 누가 팔아야 하는가. 대부분의 작가들은 출판사가 팔아주는 줄 안다. 절대로 아니다. 책은 작가가 팔아야 한다. 출판사 사장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초짜 작가들이 책 한 권 내놓고 “왜 내 책 안 팔아 주냐?”며 성화를 부린다는 것이다. 책은 출판사가 파는 게 아니라 작가가 파는 거다. 내가 작가로 성공하고 싶으면 내 책에 관한 이야기를 누구를 만나던 하고 다녀라. 사실 이 정도는 어느 작가든 한다. 더 나아가 작가는 자기 책에 관한 글이나 칼럼을 일주일에 두 번은 써야 한다. 그래서 블로그나 SNS를 통해 기존 또는 잠재 독자들과 소통해야 한다.

     

첫 책 출간  계약할 때 출판사 사장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작가님! 결혼 분야 시장이 워낙 작아서 이 책 잘 안 팔릴 겁니다. 결혼 분야의 주 고객층은 기혼여성들인데 이분들이 돈 주고 책 안 사거든요. 그런데도 저는 출간을 합니다. 왜냐하면 원고 내용이 너무 좋아서요. 그러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세요” 그러나 정작 책이 출간되자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2년간 여러 차례 증쇄를 하게 됐고 그때 사장이 다시 말했다. “이 책이 이렇게 효자가 될 줄은 몰랐어요. 작가님은 다른 작가님들과 달리 꾸준히 칼럼을 쓰시고 강의, 방송 출연을  하시니 이런 결과가 오네요. 작가님께 감사드려요” 어이쿠 감사는 제가 해야지요.  책 예쁘게 잘 만들어 주셨잖아요.  

    

책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하나의 예를 들었을 뿐이다. 시나리오를 썼으면 그 주인공처럼 살아야 한다. 실제 내가 그런 사람이 될 때까지 고민하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내 시나리오와 관련된 스토리로 글을 쓰고 SNS를 통한 포스팅을 3년만 지속해 보라. 나는 어느새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된다. 3년간 주 2회씩 같은 주제로 글을 쓰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내 시나리오를 알게 된다. 어느새 나는 내 시나리오의 주인공이 돼 있다.       


나는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다. 나 스스로 붙인 내 사명이자 정체성이다. 남들이 “네가 무슨 국가대표냐?”라고 시비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그런 사람은 없었다. 실제로 그런 경기 종목이 있다면 내가 출전해서 당당히 금메달을 딸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지난 10년간 그렇게 행동해 왔기 때문이다. 10년 전 ‘행복한 아버지 모임’을 만들어 격월로 아버지들이 함께 모여  공부해 왔고, 5년 전 대한민국 최초의 커플 스쿨 ‘둘이하나데이’를 만들어 매월 21일 부부들을 초청해 오프라인 강연회를 해 왔다. 그 두 모임을 합쳐 2019. 9. 21 100회 쇼를 개최했다. 10년 동안 자신의 이름으로 100회 행사를 해 온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것도 돈벌이가 아닌 재능기부로 말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스토리가 있었겠는가. 그 스토리를 글로, 영상으로 꾸준히 전달했으니 사람들이 나를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로 인정해주는 거다. 또 가정행복코치인 내가 그런 사회 활동을 해도 내 가족이 행복하지 않으면 헛소리에 불과하기에 언행일치, 삶행 일치를 위해 노력해왔다. 다 큰 아들 딸이야 이제 자신들의 삶을 살 테고, 그동안 나를 위해 30년 넘게 헌신해온 아내를 위해 ‘와이프 데이’를 만들어 5년째 실천해 오고 있다. 와이프 데이는 보름마다 갖는 부부 데이트 시간(그래서 내 아내는 “왜 이걸 ‘와이프 데이’라고 하냐? 둘이 같이 노니 ‘부부 데이’라고 해야지”라고 항변한다)인데 내가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해서 아내와 함께 영화, 공연을 보거나 맛집을 가거나 교외로 드라이브를 가곤 한다. 딴 사람들은 와이프와 데이트한 걸 포스팅하면 자랑질이 되지만 나는 콘텐츠가 된다. 나는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니까. 그게 내 시나리오니까.          

작가의 이전글 설계도 없이 건물을 짓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