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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어떻게 쓰지?

시나리오는 ‘쓴다~’고 한다. 하지만 그전에 ‘구상한다~’고 하는 게 맞다. 쓰기 전에 먼저 구상해야 한다. 구상(構想)한다는 것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을 상상하고 그걸 문서로 만들어 시각화하는 것이다.     


어느 현명한 왕이 전국의 내로라하는 학자들을 불러 모아 세상의 모든 지혜를 정리하라고 명했다. 학자들은 머리를 맞대 논의한 끝에 12권의 책을 만들어 왕에게 전했다. 12권의 책을 받아본 왕은 “정말 좋은 내용이로구나. 이것은 분명히 세상의 지혜이며 보물이지만 너무 두꺼워 많은 백성들이 못 읽을까 염려되니 더 간략하게 줄여라”라고 다시 명령했다. 그 후 12권의 책은 1권으로 요약되었다. 왕은 한 권의 책도 너무 많다며 한 장으로 요약하라고 명령했다. 학자들이 더욱더 분발해 한 장으로 줄였다. 하지만 왕은 한 장의 글도 읽지 못하는 백상이 있을까 염려되니 단 한 마디로 압축하라고 마지막 명을 내렸다. 학자들이 머리를 짜내고 짜내 왕에게 최종적으로 전한 말은 ‘천하막무료(天下莫無料)’ 즉‘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말이었다. 이 말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격언이라는 말이다.  

   

격언의 내용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이와 같이 개인이든 조직이든 국가든 자기의 존재 이유와 정체성을 나타내는 말을 단 한 문장,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미국의 철학자 리처드 로티 Richard Rorty가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성>이라는 책에서 말한 ‘마지막 단어’와도 같다. 마지막 단어란 세상의 종말이 와도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가치, 내 목숨과도 같은 가치관이다. 당신에게 그 한 문장은 무엇인가?  내 마지막 단어는 “나는 가정행복 전도사다”이다. 이 문장은 내 생명이 끝나는 날까지 나와 함께 따라다닐 것이다. 이 말은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가정행복 전도사로서의 사명감을 잃지 않을 것이며, 나는 나와 우리 가족의 행복은 물론 다른 가정과 가족의 행복을 위하여 헌신할 것이다”라는 선언이다. 그러기 위하여 나는 나의 모든 상상력과 의지, 양심을 동원한 사고, 언어와 행동을 통해 관련 콘텐츠를 생산, 유통, 보급할 것이다. 

     

이렇게 내 인생 시나리오는 두괄식으로 작성하면 된다. 

1. 먼저 한 문장으로 내 존재 이유 또는 Mission을 써라.    
(예) “나는 가정행복 전도사다”

2. 사명을 진술문으로 구체화하라   
(예) “나는 가정행복코치로서 나와 내 가정의 행복, 나아가 다른 가정의 행복을 돕는 사람이 된다”

3. 장기 목표를 설정한다.
(예) “3년 내에 가정행복코칭센터를 설립한다. 5년 내에 시니어성공센터를 설립한다. 10년 내에 이혼 예방재단을 만들겠다.”

4. (만다라트 차트 등을 이용해)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세운다.


꼭 위의 방법이 아니라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도 좋다.

1. 먼저 되고 싶은 큰 그림을 그린다.(Want to be) 

* 여러 개라면 일단 다 적어보라. 그중에서 한 가지를 정하라. (나머지 것들은 보관해 둬라.)

* 진짜 되고 싶은가? (도중에 바뀔 것 같지 않은가? 바뀌어도 괜찮다)

* 왜 그렇게 되고 싶은가? (하위 욕구 검증)

2. 비전을 구체적인 서술문으로 바꿔 쓴다. (What To be)

2-1. 언제 달성할 것인가? (몇 세?)

2-2. 어느 장소에서 (직업 또는 가정/회사/공동체 각각)

2-3. 어떤 포지션/모습/상태로 (직위/역할)

2-4. 누구에게

2-5. 어떤 영향력을 미칠 것인지를 서술하고 글로 적어라

3. 어떻게 이룰 것인지를 생각한다 (How to do)

3-1. 요구되는 능력, 부족한 능력은 무엇인가?

4. 실천 계획을 세운다 (장기, 중기, 단기)

5. 완성된 시나리오를 매일 첫 시간에 10분간 읽는다. 적어도 한 달간 그렇게 한다.

    한 달 후에는 주 1회 같은 시간에 낭독한다.      


왜 글로 적어야 하는가? 우리의 기억력은 형편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는 말을 녹음을 해보라. 그리고 다시 들어보라. 아마도 상당 부분 ‘어, 내가 언제 이렇게 말했지?’하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물며 10년, 20년 뒤에 내 모습을 어찌 기억해 내겠는가. 또 살아가면서 수많은 변수와 장애물들을 만날 것이다. 목표가 생생하지 않으면 어느새 다른 길로 빠져 버린다. 미래 시제가 아니라 현재 시제로 써라. 부정적인 단어, 문장은 긍정문으로 바꿔라.     


만다라트 차트는 1987년 일본의 디자이너인 '이마이즈미 히로아키'가 만든 발상기법인데,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라는 야구선수가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한 도구로 활용해서 널리 알려졌다. 쇼헤이는 이 기법을 이용해 자신이 목표했던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는다. 그는 ‘8구단 드래프트 1순위’라는 핵심 목표를 정한 후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세부 목표, 실행 계획들을 방사형으로 확산시켜 나가며 작성하여 일상의 모든 행동을 거기에 맞춰 나갔다.    

             

나의 만다라트 차트는 아래와 같다.


시나리오에서의 정체성과 직업을 혼동하지 말라. 많은 사람들에게 꿈(정체성)을 물어보면 직업적 희망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직업은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나의 직업은 기업 경영자이고 나의 사명은 가정행복 전도사다. 전자는 언젠가 끝날 일이고 후자는 내가 죽는 날까지 계속될 일이다. 그걸 찾아내야 한다. 젊어서는 직업을 가져야 하지만 적당한 나이가 되면 사명을 가져야 한다. 직업이 아닌 사명, 생계가 아닌 생업을 하며 살아야 한다. 20년 전 만든 내 시나리오가 지금도 나를 이끌고 있다. 내 시나리오가 결정되는 순간 이후 모든 활동과 역량은 거기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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