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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  대법원까지 가다

2014. 9. 26 

신나리 씨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2년 이상 지루하게 끌어오던 임차인과의 임대 보증금 반환 소송 최종심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지방 소도시에 작은 규모의 상가 건물이 하나 있다. 그는 직장 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기 때문에 친동생을 시켜 건물을 짓고 관리를 맡겼다. 동생이 다른 직업을 갖게 되어 그는 건물 관리를 아내에게 맡겼다. 세입자들이 대부분 식당, 노래방 등 영세 자영업자들이라 아내가 그들과의 관계에서 무척 힘들어했기 때문에, 퇴직 후에는 그가 건물 관리를 맡아야 했다. 그가 상대해 봐도 그들은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다. 상식적으로 대화가 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단란주점을 운영하던 C 씨는 유난히 거칠었다. 건물에 조그만 문제라도 생기면 밤이고 새벽이고 가리지 않고 전화를 해댔다. 그와 아내를 향해 육두문자를 날리는 것은 일상이었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욕지거리도 들어 봤다. 몇 차례 계약을 연장해 왔으나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만기가 되어 퇴거를 요청했다. 그도 퇴거에 동의했기에 계약서에 의거해 실내 인테리어 원상복귀를 요청했다. 그랬더니 그가 벽이며 천장이며 바닥이 다 드러나게 해 놓고 원상 복귀를 했다고 주장한다. 실내를 구조만 남겨 놓고 다 부숴 놓은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는 누구에게도 임대를 놓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에게 원상복구비를 공제하고 임대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임차 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이 진행됐는데 판사가 초임 판사인 것 같다. 재판 내내 임차인 편만 든다. ‘건물주 = 나쁜 놈’이란 인식이 강하게 밴 사람이었다. 예상대로 신나리 씨는 패소를 했다.  

    

그는 즉시 고등법원에 항소를 했다. 계약서, 원상복구의 법적 정의, 인테리어 업체의 발행 견적서, 건물 내부 동영상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랬더니 임차인이 인테리어 업체를 찾아가 왜 그에게 견적서를 써 줬냐며 항의(말이 항의지 쌍욕을 해댄 거다)하여 인테리어 업자가 또 그에게 재 항의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고법 판사는 사설 업체의 견적서로는 안 되니 공인 감정사의 감정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신나리 씨는 추가로 비용이 발생하는 일이었지만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공인 감정서를 추가 제출했다. 2심 판결은 신나리 씨의 완승이었다. 결국 그가 1심에서 청구한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공제받게 됐다. 공인 감정사가 산출한 금액은 사설 업체의 견적 금액보다 훨씬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자 임차인이 억울하다며 대형 법무법인을 통해 대법원에 상고를 했다. 상고장에 변호사 이름이 다섯 명이나 됐다. 1, 2심과 다른 주장이나 추가 증거 자료 제출도 없이. 그러니 결과는 뻔했다.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한 것이다. 

    

변호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신나리 씨 홀로 전자 소송을 통해 그가 직접 소송 서류를 작성하고 증거 자료를 찾고 재판에 출석하면서 정말 많은 공부를 했다. 그때 그의 마음속에 깊이 새겼던 한 가지. ‘이 소송은 반드시 이긴다. 내가 저런 무지렁이와 싸워 질 수는 없지. 세상에 정의가 있다는 걸 보여주겠어’라는 마음이었다.


가급적 송사에 휘말리지 않아야겠지만 일단 소송이 벌어지면 반드시 승소해야 한다. 소송은 진실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사실, 그리고 증거와의 싸움이다. 그렇지 않으면 큰 금전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려면 송사를 대비해 모든 서류를 잘 정리해 보관해야 한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그는 모든 계약서와 거래 관계 서류는 반드시 스캔 후 클라우드에 보관하고 있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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