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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는 살았는데 잘 살지는 못 했네

다들 참 열심히들 산다. 그렇게 살지 않고는 잘 살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게 조물주가 우리를 세상에 보낸 이유다.      


그래서 자기 계발, 책 잘 읽는 법, 책 쓰는 법, 주식투자로 돈  버는 법, 부동산 투자로 대박 나는 법, 직장에서 성공하는 법 등등 가르치는 곳도 많고 배우는 사람도 많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인 요즘은 더 많은 공부를 한다. 코딩,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빅 데이터, 파워포인트, 줌(Zoom)  사용법 등  듣도 보도 못 한 단어들이 넘쳐난다. 이런 것들만 배우면 ‘불행 끝, 행복 시작’인 줄 안다.    

  

그동안 행복한 삶을 산답시고, 성공적인 삶을 산답시고 얼마나 바쁘게 달려왔던가. 밥을 거른 적도, 잠을 설친 적도, 집에 와서는 잠만 자고 허겁지겁 일어나 달려 나간 적도 부지기수였다. 새벽 조찬에, 저녁에는 만찬으로 이 핑계 저 핑계로 사람을 만나고 술자리에 참석하면 좋은 세상, 행복한 세상이 오리라 기대하며 얼마나 열심히 살았던가.       


물론 이런 공부가 필요 없다는 게 아니다. 열심히 사는 게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문제는 다들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잘 살았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대부분 후회 일색이다.

      

돈은 많이 벌었는데 건강을 잃은 사람, 좋은 집에 살며 큰 차를 타고 다니지만 가정이 깨진 사람,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사람, 높은 학식을 자랑하지만  존경을 받지 못하는 사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아랫사람을 괴롭히는 사람, 자신이 더 갖기 위해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착취하는 사람,  

    

다른 사람 얘기가 아니라 바로 내 얘기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는데 바빠지니까 아내와의 관계가 더 나빠졌다. 강의 다니느라, 방송 출연하느라, 사람들 만나느라 정작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들을 등한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일어났다. '돈'만 해도 그렇다. 나도 젊어서 많은 일을 해 냈고, 많은 돈을 벌어 보기도 했고 또 많은 돈을 잃은 적도 있다. 살아보니 필요 이상의 돈은 오히려 근심과 걱정거리만 됐던 것 같다. 신혼 초기 돈이 없을 때는 꼬박꼬박 월급 들어오는 것만 해도 감사하며 부부가 사이좋게 살았다. 그러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나니 아내의 동의도 받지 않고 이런저런 투자를 했다가 적지 않은 돈을 날리면서 부부간 갈등이 심해졌다. 따져 묻는 아내에게 도리어 화를 내며 “내가 번 돈 내 맘대로 하는데 당신이 왜 그래? 그리고 내가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자고 했냐? 다 가족들을 위해서 한 거지”라며 다투곤 했다. 돈도 원칙을 세우고 벌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돈이 많아서 오히려 망한다.     


참 서툰 어른들이다. 우리가 어쩌다 이런 어른이 됐지? 나이가 들었다고 다 어른이 아니다. 육체와 더불어 정신도, 정서도 성숙해져야 비로소 어른이다. 잘 산다는 게 뭔가.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거다. 백 년을 살면서 후회 없는 삶을 살 수는 없겠지만 지나온 세월 돌아보니 그래도 잘 살았노라고 고백하는 삶이 돼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열심히 살았으면 후회 없이 살았노라고 고백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그럴까. 그들은 인생의 사다리를 잘못 놓았기 때문이다. 잘못 놓은 사다리 위에서 죽어라고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이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사실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인생의 시나리오를 잘못 세웠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인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라는 책을 보니 죽을 때 누구나 후회하는데  왜 후회하는가를 살펴보니 돈, 지위, 명예, 성공과 같은 단어들은 없었다. 대신 가족, 감사, 사랑, 꿈, 겸손, 친절, 감정, 사람, 연애, 결혼, 자식, 여행, 고향, 음식, 건강 등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어느 날 아내와 함께 양재천을 걸으며 나름 내린 결론은 이렇다. 적당한 나이에 결혼을 하고 적당할 때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내 몸 건강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 한 채가 있고 밥 세끼 굶지 않고 아주 가끔 외식할 정도의 여유가 있고 통장에 약간의 돈이 있으며 결혼한 자녀들이 이혼하지 않고 잘 살고, 손주의 재롱을 보며 그들이 장성하여 결혼하는 것까지 볼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 아니겠는가. 너무 소박한가. (아니 혹자에 따라서는 너무 큰 꿈일 수도 있겠다.) 우리 그렇게 살다 가자고 결론을 내렸다. 다소 싱거운 결론이지만 그래서 삶이 상식적이라고 하는 거다. 행복, 그거 별거 아니다.      


이제 시나리오를 다시 써야 할 때다. 인생 리모델링해야 할 때다. 일과 삶의 불균형 상태였던 일상을 균형(Work-life balance) 상태로 바꿔야 할 때가 왔다. 잘못 놓았던 사다리를 바른 위치에 다시 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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