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미용실의 비밀

진짜 전문가, 만 번의 가위질

barber-156940_640.png 사진 출처 : pixabay


아내가 10년 넘게 다니는 미용실이 있다. 조수도 없이 원장 혼자 명동에서 4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아내는 역삼동 집에서 출발해 오고 가고 머리 만지고 집에 오면 대략 6시간 정도 걸린다. 파마까지 하고 오면 8시간도 걸린다. 가격이 싸지도 않다. 그래서 내가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아내한테 강남에도 좋은 곳이 많은데 그 먼 데를 왜 고집하느냐고 물었다. 아내는 멀어서 불편하긴 하지만 거기서 머리를 하면 어느 고급 미장원보다 만족도가 높다고 절대로 옮길 생각이 없단다. 그래서 그런지 아내가 미장원 다녀온 날 저녁에 보면 단 한 번도 어색한 적이 없었다. 대개 미장원을 다녀오면 어색한 기분, 새로 머리 한 표시가 딱 나지 않는가. 특히 여자들의 경우 새로 머리하고 오면 만족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게 없다. 막 잘라서 깔끔하면서도 방금 자른 것 같지 않은 세련된 매무새다. 오래전 어느 기성복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막 사 입어도 일 년 된 듯한 옷, 십 년을 입어도 일 년 된 듯한 옷" 딱 그런 느낌이다.


아내의 평가를 들어보니 원장의 비결은 자신감을 근거로 한 최고의 기술과 정성이란다. 원장의 말이다. "커트 한 번 하는데 만 번의 가위질을 한다" 그래서 커트하는 데만 1시간 이상 걸린단다. 절대로 많은 손님을 받지 않는다. 예약 손님만 받는다. 대부분 10년 이상된 단골손님들이다. 예약을 하고 가도 제시간에 바로 할 수는 없다. 원장 스스로 마음에 들 때까지 다듬고 또 다듬는다. 그러니 만 번의 가위질이 틀린 말이 아니다. 예약 없이 그냥 온 사람은 발길을 되돌릴 수밖에 없다.


요즘처럼 미용실 인테리어가 화려해지고, 전국 규모의 프랜차이즈가 대세인 시대와는 안 맞는 경영 사례겠지만 자신 혼자의 힘으로 충성 고객을 늘려나가고 장수 경영하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소위 전문가 소리를 들으려면 평소 실력을 갈고닦아 자신의 실력에 스스로 감탄할 정도가 돼야 한다. 그렇다고 잘난 체 하며 대충 쓱쓱 해선 안된다. 나는 반대의 경험이 있다. 수년 전 멀리 있는 단골 미용실 가기 귀찮아서 집 앞 미용실을 다닌 적이 있다. 남자 원장인데 가위 두 개 들고 폼만 잡는다. 현란한 가위질을 하지만 커트하는데 5분도 안 걸린다. 그리고선 "됐어~"하면서 옛날 서부 영화에 나오던 총잡이가 총을 총집에 집어넣듯이 가위를 휘리릭 돌리면서 마무리한다. 제 딴엔 만족하는 표정이었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마음에 든 적이 없었다. 이제는 절대로 가지 않는다. 아내의 미용실 원장처럼 내 머리라고 생각하고 내 마음에 들 때까지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 만 번의 가위질, 안 세어봐서 모르지만 이 정도의 자신감과 정성은 있어야 진짜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저서 [이럴 거면 나랑 왜 결혼했어?] (결혼 분야 스테디셀러)
[차라리 혼자 살걸 그랬어] (결혼 분야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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