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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특집 칼럼 - 왜 부부는 친하지 않을까?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이때가 되면 각종 방송이나 언론에서 너 나 없이 가정의 달 특집을 쏟아낸다. 또 기업체에서는 가정의 달 이벤트를 예고하고 관련 상품을 출시할 것이며, 레스토랑 등 외식 업체에서도 가족 모임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것이다. 당사자인 부부, 부모나 자녀들도 가족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고 이벤트나 외식 계획을 세우리라. 놀이공원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들을 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왜 가정의 달이 필요할까. 무슨 무슨 기념일이 있는 이유는 평소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날 하루만이라도 사람이나 사건을 기억하고 기념하자는 의미다. 평소 가족을 돌보지 않는 가정이 많기에 그날 하루만이라도 가족을 챙기라는 의미에서 만든 것이다.



나는 가정행복코치로서 가끔 방송에 출연하는데, 그때 진행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부부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이 정상적이고 당연한 것처럼 얘기한다. 오히려 부부 사이가 다정하다면, 친구처럼 친밀하다면 그게 가능하냐고, 그게 더 이상하지 않냐고 반문한다. 그분들이 겸손의 표현을 한 걸까도 생각해봤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오래전 유명 아나운서와 함께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내가 20년이 넘게 우리 부부끼리 매년 해외여행을 다니고 있다고 했더니 그 아나운서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내게 물었다 “부부 두 사람이 며칠씩 같이 붙어 다니는 게 가능해요? 안 싸워요?” 그 말을 듣고 내가 더 놀라워서 되물었다  “부부끼리 안 가면 누구랑 가요?”라고 물었더니 “당연히 친구랑 가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뭐 나라고 우리 둘이 해외여행 가서 싸운 적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우리 부부도 해외여행 가서 박 터지도록 싸우고 아내 혼자 먼저 돌아오겠다면서 비행기 표를 알아본 적도 있다. 그리고 한 번은 해외여행에서 싸우고 돌아오면서 아내가 “내가 다시는 당신하고 여행 같이 가나 봐라”라고 해놓고 그다음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여행을 떠나곤 했다.


한 번은 모 라디오 방송에서 내가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강연을 끝내고 청중들과 대담할 기회를 가졌는데 여성 진행자가 폭탄 발언을 했다. “선생님! 한강 고수부지에 나가보면 5, 60대의 부부들이 손 잡고 다니는 모습들이 더러 보이는데 그거 다 쇼죠? 그 나이에 부부들이 무슨 정이 좋다고 그러고 다녀요? 재수 없어요.”라는 말을 듣고 내가 더 놀랐다.


왜 부부는 친하면 안 되는 걸까? 왜 사이좋은 부부를 이상하게 바라볼까? 서로 사랑해서 행복하게 살려고 결혼한 것 아닌가? 그런데 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까.


부부가 친하게 지내고 서로 사랑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려고 사랑했고 그러려고 결혼했다. 1년에 한 번 기념일에 의무적으로 이벤트를 하는 게 아니라 평소에 배우자를, 자녀를, 부모를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 괜히 어린이날 비싼 돈 내고 놀이공원 가서 인파에 시달리며 고생할 필요 없다. 흔히 하는 우스갯말로 “가족끼리 왜 이래?”가 아니라 가족끼리니까 그래야 한다.


그런데 왜 부부는 친하게 지내지 못할까. 그 이유는 서로의 민낯을 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서로 볼 꼴, 못 볼 꼴 다 보기 때문이다. 결혼해서 하루 종일 같이 지내고 평생을 같이 살다 보면 내 민낯을 보일 수밖에 없다. 나의 말투, 행동, 버릇이나 습관이 그대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많은 경우 상대방은 그것에 실망한다. 더러는 좋은 행동이나 긍정적 습관도 있겠지만 대부분 나쁜 행동이나 부정적 습관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자주 그런 행동이나 습관을 예쁘게 봐줄 사람은 없다. 때로는 그것이 나를 불편하게도, 불쾌하게도 한다. 그래서 불평하고 비난하고 개선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런 말투, 행동, 습관이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어릴 적부터 형성되어온 것이어서 웬만해서는 개선이 어렵다. 안 되는 걸 자꾸 하라고 하니 부부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고 갈등의 골이 깊어질 뿐이다.


어떻게 하면 부부 사이가 좋아질까. 민낯을 그냥 민낯으로 봐줘야 한다. 상대에게 민낯이 아닌 화장한 모습을 보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화장은 밖에 나갈 때나 하는 거지, 집에 있을 땐 하는 게 아니다. 화장한 모습은 부부가 아닌 제3자에게 보여 주기 위한 것이다. 상대가 보기에 내 민낯은 보기 좋을까. 상대방의 민낯만 보기 싫은 게 아니라 내 민낯도 배우자가 보기에 썩 좋지 않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서로 부족한 사람끼리 만났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나는 잘 났는데 너만 문제다'라는 생각은 내로남불이다. 나도 부족하고 너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럴 때 측은지심, 즉 배우자에 대해 긍휼한 마음이 든다. 그때 배우자를 도우려는 마음이 생긴다. 부족한 배우자를 돕기 위해 내가 그와 결혼한 것이다. 그래서 부부를 ‘돕는 배필’이라 부른다. 영어로는 helpmate, helpmeet다. 단어 그대로 부부란 ‘돕기 위해서 만난’ 사이다. 그게 결혼의 이유고 목적이다.


결혼식은 이벤트지만, 결혼생활은 이벤트가 아니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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