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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칼럼– 세 종류의 부모

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21일 부부의 날 등 기념일이 많다. 그중 가장 핫한 날은 어린이날이다. 예년 같으면 이 날 놀이공원에 많은 사람들이 몰릴 텐데 올해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그렇진 않을 것 같다. 여하튼 젊은 아빠, 엄마들로서는 어린이날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가 큰 기쁨인 동시에 고민일 것이다. 


관점을 조금 바꿔보자. 기념일이 있는 이유가 뭘까. 평소 그 대상에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1년에 한 번 날을 정해 그 대상을 기념하라는 의미다. 다른 말로 하면 평소 자녀를 돌보지 않는 부모가 많기에 그날 하루만이라도 자녀를 챙기라는 의미다. 어찌 보면 씁쓸한 얘기다. 물론 요즘 젊은 부모들의 경우 공동육아를 하는 등 부모 세대와 다른 경향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겠다. 



어린이날 자녀를 위해 이벤트를 하는 것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어린이날 자녀를 특별히 챙기는 것은 부모의 관점이다. 아이의 관점에서 보면 어린이날이라고 특별한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평소 부모와의 관계가 중요하지, 어린이날 무슨 이벤트를 했다고 더 좋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평소 부모의 사랑을 못 받던 아이가 어린이날 특별한 이벤트를 통해서 기분이 좋아지면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있을까 하고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부모가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면 아이의 실망감은 더 클 것이다. 


평소 부모로부터 존중받고 사랑받는 아이는 어린이날 특별한 이벤트를 하지 않는다고 실망하거나 기가 죽지 않는다. 아이에게는 어린이날 특별한 이벤트를 하는 부모보다 평소에 사랑을 듬뿍 주는 부모가 진짜 좋은 부모다. 


자, 그럼 어떤 부모가 좋은 부모일까. 부모에게는 세 종류의 유형 - 덕친(德親), 득친(得親), 독친(毒親) - 이 있다. 


덕친(德親)이라 함은 자녀에게 훌륭한 롤모델이자 코치의 역할을 하는 부모다.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라 동등한 인격체로 보고 자녀의 연령 주기에 맞는 양육법을 펼치며 일상생활 가운데 늘 모범을 보이고 자녀에게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공한다. 그런 부모를 보고 자란 아이는 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으로 성장한다.


득친(得親)은 보통의 부모들을 가리키는데,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여느 부모 못지않지만 양육에 관한 체계적인 학습을 받지 못해 허둥지둥하며 살아가는 부모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제한된 지식으로 자녀를 양육하기 때문에 자녀를 리드하기보다는 늘 자녀에게 끌려다니며 양육을 힘겨워한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들은 부모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하고 평범한 삶을 살게 된다.


마지막으로 독친(毒親)은 자녀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해(害)가 되는 부모 유형이다. 미국 심리학자 수잔 포워드는 자신의 책 ‘독이 되는 부모(Toxic parents)’에서 술에 중독된 부모, 자녀를 신체적,·성적으로 학대하는 부모, 잔인한 말로 상처를 주는 부모, 양육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부모까지 포괄하여 ‘독친’으로 정의했다. 


독친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누가 봐도 독친인 줄 아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덕친처럼 보이는 독친도 있다. 

요즘 어린 자녀를 학대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부모들 얘기를 심심찮게 듣는데 그들이 바로 전자다. 이런 부모들은 자신들의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양육을 받지 못했기에 자녀를 양육할 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이들은 자녀에게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이렇게 하는 것은 다 내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야”라고 말한다. 그럼 독친은 자신의 자녀를 사랑하지 않을까. 아니다. 그들도 자신의 자녀를 사랑하는 것은 분명하다. 심지어 살인자나 강도도 자신의 자녀를 사랑한다. 그것은 인지상정이다. 


이와 같이 가정환경이 어려워 자녀를 학대하는 독친도 있지만, 고학력이나 사회지도층 가운데서도 독친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들이 후자 유형이다. 2세들이 갑질을 하는데도 바로잡지 못하는 재벌형 독친, 자신의 아들, 딸을 위해 병역 기피, 위장 전입, 시험 문제 유출, 학력 위조 행위 등 소위 아빠 찬스를 쓰는 사회 고위층형 독친들이다. 그들 모두는 너무나 자녀들을 사랑하기에 이런 행위를 스스럼없이 일삼으면서 정작 자신은 덕친이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그러나 그 결과는 자녀에게 독을 주는 것과 같다. 부모의 권력 덕에 세상이 그렇게 쉽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자란 자녀들이 어떻게 사회의 훌륭한 구성원이 될 수 있으며,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겠는가. 그들이 후일 세상의 지도자가 되었을 때 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를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은 자녀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었겠지만 사실은 독을 준 것이다. 자신들은 덕친(德親)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독친(毒親)이 돼버렸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잘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나도 자녀를 키우면서 잘 키운다고 키웠지만 돌이켜보니 기껏해야 득친에 불과했음을 깨닫는다.


어린이날, 선물보다 놀이공원보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인성'이다. 사람답게 사는 것, 자신과 다른 다양성을 가진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그걸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국가대표 가정행복코치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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